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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 2부/제 1장 세상은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어

8화 리케의 곤혹

by camirin 2022. 3. 18.

[오즈]

신이라 불리는 존재인지는 모른다.

정령들에게는 왕이 있어.

 

[카인]

중앙국의 국왕폐하나 서쪽 나라의 국왕폐하처럼?

 

[오즈]

그보다 무수히 존재한다.

터가 강한 토지일수록 반드시 존재하지.

 

[아서]

동물 무리의 수장처럼, 이라고 어렸던 저에게 설명해 주셨어요.

 

[오즈]

그래. 터가 안정되어 무리가 커지면 왕이 탄생한다.

 

[카인]

그 녀석은 뭘 하는데?

 

[오즈]

아무것도 하지 않아.

장소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한.

 

[리케]

질서가 어지럽혀진다는 건 뭔가요?

 

[오즈]

혼돈이다.

질서는 붕괴하고 상황은 심상치 않아지지.

예고 없이 불행과 재액이 닥쳐올 것이다.

정령의 왕은 죽음을 맞기도 하고,

사악한 저주가 터에 들어왔을 때 질서를 잃고 혼돈이 태어난다.

혼돈은 만물을 오염시키지.

터에 닿은 짐승, 터에 닿은 초목은 혼란을 일으켜 이형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아키라]

오염……

깨끗한 강에 독이 섞인 것 같은 느낌인가요?

 

[오즈]

좀 더 심하지.

있어야 할 것이 그림자를 잃고,

없어야 할 것이 계속해서 초대된다.

그렇게 된 토지는 이상하게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추하지.

토지에 사는 인간이나 나무들과 짐승들도.

마법으로 정화시킬 수도 있지만, 근간적인 질서를 돌릴 때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카인]

이상하게 아름다운 것……

예를 들면 히스클리프는?

그 녀석 용모 단정하잖아?

그런 건 좋지 않은 건가?

 

[오즈]

히스클리프는 달라.

감격의 숨이 넘칠 만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혼돈을 낳지 않아.

숨을 삼키고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는 이상한 아름다움이다.

너도 보면 알 것이다.

 

​[카인]

그런 건가……

알았어, 고마워.

그런데 당신, 말하는 게 서투른 편인데 설명은 굉장히 알기 쉬웠어.

연습해 준 거야?

 

따뜻한 감사를 담아 카인이 미소 지었다.

오즈는 고개를 저으며 아서를 보았다.

 

[오즈]

아서가 어렸을 때 몇 번이고 물어봐서.

 

[카인]

아아, 그렇구나.

 

[리케]

……저는 아직, 어떻게 해도 당신의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

 

리케는 볼을 감싸며 흥분을 가라앉히듯 깊은숨을 내쉬었다.

 

[리케]

아무래도 상관없다니……

아무래도 좋을 리가 없어요.

세상을 움직이는 신비한 힘이.

분명 올바른 답이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이 아니라 사제님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리케의 문답을 지켜보며 빈센트 씨가 드러몬드 씨에게 물었다.

 

[빈센트]

……사제라니?

 

[드러몬드]

리케는 항구를 소란스럽게 하고 있는 종말 교단에서 자란 모양입니다.

그곳에서는 마법사는 신의 사도라 가르치고 있다는 듯해서……

 

[빈센트]

……그런가.

 

[아서]

리케.

 

그때, 아서가 리케의 어깨에 선을 올리고 몸을 숙였다.

부러질 것처럼 연약한 리케의 어깨를 지탱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서]

네가 고민하는 건 타당해.

세상에 신기한 현상을 일으키는 신비한 힘의 정체를 나도 알고 싶어.

 

[리케]

아서 님……

 

리케와 시선을 맞추며 아서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왕이라 불린 마법사의 무거운 마음의 문조차 열리게 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들.

봄의 햇살처럼 반짝이고 밝고 따스하다.

 

[아서]

이 세상은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어.

배우고 싶은 게 잔뜩 있는 건 멋진 일이야.

나도 리케와 함께 하나하나 배워가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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