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
신이라 불리는 존재인지는 모른다.
정령들에게는 왕이 있어.
[카인]
중앙국의 국왕폐하나 서쪽 나라의 국왕폐하처럼?
[오즈]
그보다 무수히 존재한다.
터가 강한 토지일수록 반드시 존재하지.
[아서]
동물 무리의 수장처럼, 이라고 어렸던 저에게 설명해 주셨어요.
[오즈]
그래. 터가 안정되어 무리가 커지면 왕이 탄생한다.
[카인]
그 녀석은 뭘 하는데?
[오즈]
아무것도 하지 않아.
장소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한.
[리케]
질서가 어지럽혀진다는 건 뭔가요?
[오즈]
혼돈이다.
질서는 붕괴하고 상황은 심상치 않아지지.
예고 없이 불행과 재액이 닥쳐올 것이다.
정령의 왕은 죽음을 맞기도 하고,
사악한 저주가 터에 들어왔을 때 질서를 잃고 혼돈이 태어난다.
혼돈은 만물을 오염시키지.
터에 닿은 짐승, 터에 닿은 초목은 혼란을 일으켜 이형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아키라]
오염……
깨끗한 강에 독이 섞인 것 같은 느낌인가요?
[오즈]
좀 더 심하지.
있어야 할 것이 그림자를 잃고,
없어야 할 것이 계속해서 초대된다.
그렇게 된 토지는 이상하게 아름답지만 이상하게 추하지.
토지에 사는 인간이나 나무들과 짐승들도.
마법으로 정화시킬 수도 있지만, 근간적인 질서를 돌릴 때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카인]
이상하게 아름다운 것……
예를 들면 히스클리프는?
그 녀석 용모 단정하잖아?
그런 건 좋지 않은 건가?
[오즈]
히스클리프는 달라.
감격의 숨이 넘칠 만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혼돈을 낳지 않아.
숨을 삼키고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는 이상한 아름다움이다.
너도 보면 알 것이다.
[카인]
그런 건가……
알았어, 고마워.
그런데 당신, 말하는 게 서투른 편인데 설명은 굉장히 알기 쉬웠어.
연습해 준 거야?
따뜻한 감사를 담아 카인이 미소 지었다.
오즈는 고개를 저으며 아서를 보았다.
[오즈]
아서가 어렸을 때 몇 번이고 물어봐서.
[카인]
아아, 그렇구나.
[리케]
……저는 아직, 어떻게 해도 당신의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
리케는 볼을 감싸며 흥분을 가라앉히듯 깊은숨을 내쉬었다.
[리케]
아무래도 상관없다니……
아무래도 좋을 리가 없어요.
세상을 움직이는 신비한 힘이.
분명 올바른 답이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이 아니라 사제님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리케의 문답을 지켜보며 빈센트 씨가 드러몬드 씨에게 물었다.
[빈센트]
……사제라니?
[드러몬드]
리케는 항구를 소란스럽게 하고 있는 종말 교단에서 자란 모양입니다.
그곳에서는 마법사는 신의 사도라 가르치고 있다는 듯해서……
[빈센트]
……그런가.
[아서]
리케.
그때, 아서가 리케의 어깨에 선을 올리고 몸을 숙였다.
부러질 것처럼 연약한 리케의 어깨를 지탱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서]
네가 고민하는 건 타당해.
세상에 신기한 현상을 일으키는 신비한 힘의 정체를 나도 알고 싶어.
[리케]
아서 님……
리케와 시선을 맞추며 아서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왕이라 불린 마법사의 무거운 마음의 문조차 열리게 한, 솔직하고 직설적인 말들.
봄의 햇살처럼 반짝이고 밝고 따스하다.
[아서]
이 세상은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어.
배우고 싶은 게 잔뜩 있는 건 멋진 일이야.
나도 리케와 함께 하나하나 배워가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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