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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 1부/제1장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제 3화 진지한 눈빛

by camirin 2021. 2. 27.

그때, 층계참의 창문에서 신기한 향의 하얀 연기가 맴돌았다.

와인 같은, 현기증이 나는 달콤한 향이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조금 전까지 아무도 없었을 터인 창가에 청년이 걸터앉아 있었다.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어딘가 요염한 색기를 풍겼다.

입에 문 긴 파이프 탓일지도 모른다.

 

[???]

좋은 저녁이에요.

 

[히스클리프]

샤일록!

 

[???]

안 될 사람.

카인과 둘이서 무리나 하고……

하늘을 나는 것도 겨우였죠.

 

[히스클리프]

하지만, 파우스트 선생님이……

 

[???]

알고 있습니다.

이 뒤는 저희에게 맡기세요.

 

파랗게 질린 히스클리프의 뺨을 쓰다듬고,

청년은 히스클리프의 어깨너머로 나에게 미소 지었다.

 

[???]

처음 뵙겠습니다, 현자님.

저는 서쪽의 마법사, 샤일록.

 

[아키라]

……마법사……

 

동요하는 나를 향해 샤일록은 싱긋 품위 있게 웃었다.

요염한 몸짓으로 파이프를 입에 물었다.

 

[군사]

마, 마법사가 또 늘었다!

쪼, 쫄지 마!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으로 힘을 전부 썼을 거야……!

 

샤일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이프의 연기를 뿜어냈다.

그러자, 흰 연기가 둥실둥실 떠돌며, 와인 같은 단 향기가 방 안에 퍼졌다.

군사들은 취한 것처럼 갑자기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군사]

흐흐…… 어라라……?

왠지 즐거워지기 시작했어……

 

[군사]

헤헤……

따뜻해 보이는 침대다……

그냥 자버리자……

 

순식간에 군사들은 기분 좋은 얼굴을 하며 픽픽 바닥에 쓰러져갔다.

높이 다리를 다시 꼬며, 샤일록은 파이프에서 입술을 떼었다.

 

[샤일록]

좋은 꿈을.

 

그때, 계단 위에서 카인이 달려왔다.

 

[카인]

샤일록, 다행이다!

 

[샤일록]

빚으로 달아둘게요.

다음에 한 턱 쏘세요.

 

[카인]

한 턱으로 되겠어, 하룻밤 어울려줄게.

현자님, 가시죠.

 

카인이 손을 내밀어주어도, 나는 곧바로 따라갈 수 없었다.

그의 손을 잡아도 될지 망설이고, 시선이 흔들렸다.

 

[아키라]

(가자니, 어디를? 이 사람들은 뭐지? 여긴 어딘데?)

 

순간 떠오른 나의 불안을 놓치지 않고, 카인이 걸음을 멈췄다.

그는 지친 모습을 숨긴 채, 상냥하게 진지하게 끄덕였다.

 

[카인]

아아…… 미안해.

현자님은 다른 세계에서 오는 거였지.

그럼, 넌 아무것도 모르겠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따라오라고 해봤자 무섭기만 하지.

……으음 그러니까……

 

[샤일록]

카인.

이 세계나 현자의 역할에 대해 전부 설명하고 있을 시간은 없어요.

 

[카인]

알아.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를 데려가는 건 기사의 일이 아니야.

 

카인은 조금 생각하고선,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카인]

아키라, 간단하게 설명할게.

우린 네 힘이 필요해.

네 힘을 빌려줬으면 좋겠어.

왜냐면, 우리가 참패했기 때문이야.

매년 간단하게 이겼던 승부에 완패했어.

방심한 것도, 손을 놓은 것도 아니야.

수염 난 아저씨 일행은 우리가 일을 적당히 했다고 생각해서 화내고 있어.

하지만, 그게 아니야.

이유도 모른 채로 우린 졌고, 동료를 반을 잃었어.

이제,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너의 힘을 빌려줬으면 좋겠어.

물론, 그건 우리의 사정이야.

이 세계는 네 세계가 아니고, 너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잖아.

너에겐 거절할 권리가 있고, 그건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일도 아니야.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네가 필요해.

네가 함께 와주고 힘을 빌려준다면 뭐든 하겠어.

내가 표할 수 있는 용기와 성의를 보이지.

이 몸으로 갚을 수 있는 감사와 답례를 보일게.

이 맹세에 형태는 없지만, 부디, 부탁해.

우리를 믿고, 우리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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