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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 1부/제1장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제 1화 보름달의 밤에 이끌려서

by camirin 2021. 2. 27.

[아키라]

오늘 밤은 바람이 세네……

그래서 그런지 고양이들이 이쪽저쪽에서 울고 있어.

고양이 캔을 싸게 샀으니까, 돌아오면서 고양이 할머니 댁에 들러야지.

쿠로랑 하나코는 참치고, 타마는 닭가슴살, 토라는 연어.

싯포 할아버지는 시니어용.

가까우니까 가끔 돌봐주고 있는데, 어떤 고양이도 개성적이고 귀엽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고양이 할머니가 말씀하셨지.

바람이 강하고 고양이가 우는 보름달이 밝은 밤에는, 무언가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고.

와…… 

굉장하다, 커다란 보름달……

평소보다 빛도 눈부신 것 같아.

이렇게 밝고 크면 스마트폰 카메라로도

예쁘게 찍을 수 있을 것 같아.

초점을 맞추고……

됐다.

 

큰 달을 사진에 담고, 나는 스마트폰을 보며

살고 있는 맨션의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다.

 

***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부르고,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아키라]

오오. 달 예쁘게 찍혔네.

나중에 고양이 캔 가져갈 때 고양이 할머니께도 보여드려야지.

……어라?

뭔가 이상한데?

 

스마트폰으로부터 얼굴을 들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에 보던 엘리베이터의 내부와 달랐다.

덜컹덜컹, 울리는 소리도 익숙하지 않았다.

 

[아키라]

어떻게 된 거지……

맨션, 공사 같은 거 했던가……

 

[???]

안녕.

 

[아키라]

…………?!

 

나는 눈을 의심했다.

모자가 공중에 떠서, 심지어 말을 걸고 있었다.

 

[???]

어서 오세요, 현자님.

엘리베이터의 행선지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저는 서쪽의 마법의 무르.

행선지는 <거대한 재앙>에 의해 부서지기 시작한 세계.

 

[무르]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랑스러운 현자님.

 

[아키라]

와앗……?!

 

모자 아래로, 예의 바른 신사가 나타났다.

이 쪽의 놀란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무르]

지금부터 현자님을, 조금 성가신 일에 말려들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성가신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애 사건,  명예에 전쟁, 가족, 친구, 복수, 은혜 갚기……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가장 성가신 문제!

세계 구제.

당신이 그걸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아키라]

……뭐……

뭐지, 이게……

꿈을 꾸고 있나……?

 

망설이는 표정을 하고 있다, 자신을 무르라 소개한 청년이 싱긋 미소 지었다.

 

[무르]

곧 도착할 거예요.

세상도, 저도, 꽤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지만요.

당신은 분명, 저에게 실망하겠지요.

그래도,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저는 무척 기쁠 겁니다.

총명하신 현자님.

당신을 뵐 날을, 긴 시간 동안 기다려왔습니다.

진심을 말하자면, 세상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요.

사람을 구한다는 건 귀찮은 일이니까요.

그저…… 이 세상의 진실을, 당신이 찾아주었으면 해요.

 

[아키라]

앗……

 

무르의 모습이 사라지자,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천천히 문이 열리고……


[멋진 수염의 남성]

현자님……!

 

[아키라]

엣……

 

[멋진 수염의 남성]

현자님이 오셨다!

마법사들이 소환에 성공했다!

 

[군사]

현자님 만세!

 

[군사]

만세!

 

[아키라]

에?!

뭐예요, 이게?

 

[멋진 수염의 남성]

자자, 현자님.

어서 오십시오, 잘 와주셨습니다.

저는 중앙국의 마법 관리 대신, 드러몬드라고 합니다.

 

[심약해 보이는 남성]

으음, 저는 중앙국의 서기관 콕 로빈입니다.

 

[드러몬드]

자, 현자님!

마법사들이 이 곳에 오기 전에, 중앙 성으로 모시지요!

 

[아키라]

네?! 저기, 잠시만요.

여러분, 뭔가 하고 계신 건가요?

몰래카메라인가요? 신형 VR 체험?

 

[드러몬드]

현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현자님께선 <거대한 재앙>과 싸워, 세상을 구해주셔야 합니다.

 

[아키라]

싸워서, 세상을 구해요?!

그런 게임인지 뭔지랑, 저희 맨션이 협력한 건가요?

어디서 카메라가 돌고 있는 건가……

곤란한데요, 그런 건……

 

[드러몬드]

걱정 마십시오! 위험한 일은 없을 겁니다!

싸우는 것은 마법사들입니다!

 

[아키라]

마법사?

 

[드러몬드]

네. 헌데, 이 녀석들이 조금, 고양이처럼 말을 듣질 않는 녀석들이라.

어째선지, 옛날부터 꼭 다른 세계에서 온 현자가 하는 말만 듣습니다.

 

[군사]

드러몬드 님! 보고가……

 

[드러몬드]

뭣이?! 마법사들이?!

곤란하구먼. 그 녀석들이 오기 전에 어서 현자님을 구슬려야……

으흠! 현자님과 친해져야 하겠군!

현자님, 중앙국의 성으로 서두르시죠!

 

[아키라]

기다려주세요!

전혀, 상황 파악이 안 되는데요!

 

으름장을 놓듯 주위를 둘러싸여,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키라]

저, 그다지 RPG는 하지도 않고, 좋은 리액션도 못해요!

데려가시려면 다른 사람을……

 

[드러몬드]

힘으로라도 데려가겠습니다! 이봐!

 

[아키라]

…………!

 

그 자리에서 도망가려 하는 순간, 군사들이 검을 빼들었다.

 

[콕 로빈]

드러몬드 님, 너무 심하신 게……

 

[드러몬드]

시끄러워! 나쁜 건 마법사들이다!

 

은색의 검이, 위험하게 번쩍거리며 다가온다.

진검으로 착각할 만큼, 검날의 번쩍임에 나는 새파랗게 질렸다.

 

[아키라]

(위험해! 이 사람들, 뭔가 이상해!)

 

그때, 창문 너머의 하늘에서 다가오는 그림자가 보였다.

빗자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나는, 두 청년들이.

 

[아키라]

(하늘을 날고 있어……?!)

(뭐…… 뭐야, 저게…… 창밖도 VR영상……?)

 

어딘가에 있을 장치를 찾으려 눈여겨보던 때……

그들이 창문을 가로질러 내 눈 앞에 사뿐 내려섰다.

실제 바람을 일으키면서.

 

[아키라]

(어……?)

 

요술처럼 한 순간에 빗자루를 없애고, 그들이 내 양 옆에 섰다.

 

[???]

네가 말한 대로네, 히스.

설마, 마법 관리부 놈들이 현자를 채가려 올 줄은.

 

[???]

말했잖아.

……인간들은 우리를 신뢰하지 않아.

 

나는 놀라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키가 크고 예리한 쪽의 청년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 눈동자는 좌우의 색이 달랐다.

 

[???]

네가 새 현자님이야?

 

[아키라]

네……?

 

[???]

나는 중앙국의 마법사 카인.

널 지킬 기사이기도 해.

네 이름은?

 

[아키라]

아…… 아키라예요……

 

아무 생각 없이, 이름을 답하자 카인이라 소개한 청년이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보였다.

 

[카인]

아키라 님. 잘 부탁해.

일단은 이 녀석들을 어떻게든 하자.

 

그렇게 대담하게 웃은 뒤, 허리를 숙여 검을 뽑는다.

다른 군사들의 검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멋진 장식과 날이 선 칼날의 훌륭한 검이었다

 

[아키라]

(이…… 이 검은 진짜……?)

 

내가 긴장하자, 군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었다.

 

[군사]

카, 카인 기사단장님……

 

[군사]

카인 기사단장님이다……!

 

[드러몬드]

에잇, 전 기사단장이다! 이젠 너희의 지휘관이 아니야!

카인! 대신인 나에게 검을 겨누다니, 반역죄로 처벌하겠다!

 

[카인]

나도 노인을 협박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우리의 현자님께 수상한 짓을 한다면, 또 다르지.

미안하지만, 봐주지는 않아.

 

[군사]

…………윽.

 

[카인]

어이어이, 주저하지 마!

적의 기백에 먹히지 말라고 가르쳤잖아?

각오하고, 들어와!

상대가 나라도 말이야.

━━자,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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