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
상대가 나라도 말이야.
━━자, 들어와.
[군사]
네, 네……
[드러몬드]
카인,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여기에 있는 병사는, 네놈의 부하가 아니야!
명령은 내가 내린다!
[카인]
까다롭네……
[드러몬드]
네놈이 대범한 거다!
그러니까 기사단장 자리에서 쫓겨난 게지!
[카인]
알았어, 알았어!
아무래도 괜찮아. 빨리 해줘.
하세요, 각하.
[드러몬드]
크흠…… 모두들, 싸워라……!
[군사]
우오오오……
와아 하고 군사들이 소리를 높이고, 카인을 향해 달려든다.
갑자기 일어난 난투에 당황하며, 시원스럽게 싸우는 카인의 모습에 시선을 뺏겼다.
다짜고짜 달려드는 군사들의 검을, 가볍게 받아치며, 여유롭게 굴복시킨다.
[아키라]
(굉장해… 멋있어……)
그때, 누군가의 손이 조심스럽게 내 팔을 끌어당겼다.
서늘하고 차가운 손가락이다.
[???]
…………
[아키라]
저기……
[???]
아……
동쪽의 마법사, 히스클리프입니다.
따라오십시오.
히스클리프라 소개한 소년을 보고, 나는 놀라 숨이 멎었다.
TV에서도 인터넷에서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예쁜 소년이었다.
정교한 세공으로 조각된 미술품 같았다.
나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치듯, 히스클리프는 고개를 숙였다.
[히스클리프]
이 쪽으로.
난투가 일어난 곳으로부터 도망치듯, 히스클리프의 뒤를 쫓아 어둑어둑한 계단으로 향했다.
나는 점점 불안해졌다. 우리 맨션에 나선 계단 같은 것은 없었다.
[아키라]
아……
저기,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계단 중간에서 히스클리프가 어깨너머로 돌아보았다.
곱게 물든 눈동자는 마치 고가의 보석 같았다.
넋을 놓고 바라볼 뻔해서, 나는 눈썹을 찡그렸다.
히스클리프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잘 보니 위 층에서 싸우고 있는 카인도 피로가 상당해 보였다.
[아키라]
……괜찮으세요?
안색이 굉장히 나쁜데.
……앗……
갑자기, 히스클리프가 쓰러질 듯 휘청였다.
나는 서둘러 그를 부축했다.
히스클리프는 이마를 짚으며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었다.
[히스클리프]
……죄송합니다……
이제, 거의, 마력이 남아있지 않아요……
[아키라]
……마력……?
[히스클리프]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을 이제 막 끝낸 참이라……
……카인도 분명, 한계……
[군사]
놓치지 마! 잡아!
[히스클리프]
…………윽
계단 위쪽에서 군사들이 쫓아오기 시작했다.
히스클리프는 내 손을 끌어당겨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
그러자, 아래층에서도 사람이 몰려왔다.
[군사]
협공이다!
이러면 도망치지 못하겠지!
[히스클리프]
……괜찮습니다, 현자님.
제가 지키겠습니다.
[아키라]
하지만, 안색이……
히스클리프는 가슴 앞에 오른손을 겹쳐 올렸다.
그의 손이 희미한 빛을 머금었고,
어느새 손바닥 위에는 회중시계가 들려있었다.
[아키라]
(뭐, 뭐야?! 지금……)
회중시계를 쥐고, 히스클리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히스클리프]
《렙세바이블프 스노스》
그러자━━
군사들은 인형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아키라]
무슨……?!
[히스클리프]
…………윽
[아키라]
괘, 괜찮아요?!
현기증을 일으킨 듯, 히스클리프가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작게 끄덕이고는 필사적으로 일어섰다.
[히스클리프]
……괜찮습니다……
서둘러요. 금방 마법이 풀릴 거예요.
서두르지 않으면, 파우스트 선생님이……
히스클리프를 부축하며 나는 혼란에 빠졌다.
그의 필사적인 모습은, 몰래카메라의 연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군사들의 검의 날카로움도.
피로를 숨기고 싸우는 카인의 진지함도.
[카인]
히스, 무사해?!
[히스클리프]
……윽, 괜찮아!
[아키라]
(그렇다면……)
(이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
오늘 밤바람은, 피부에 착 감기네요.
마치, 안달이 난 정인의 손가락처럼……
중앙 탑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카인과 히스클리프는 무사할까요.
자, 한 눈 팔지 말고.
놓고 갑니다. 무르.
[무르]
지금 가!
[히스클리프]
현자님, 이 쪽으로.
[아키라]
네……
인형처럼 굳어버린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뭐가 뭔지 모르는 채 히스클리프의 뒤를 따라갔다.
조금만 더 가면 계단 아래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던 그때, 군사의 손가락이 꿈틀 하고 움직였다.
[히스클리프]
……앗, 마법이 풀린다……
바로 다음 순간, 군사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군사]
……윽, 현자를 잡아라!
어라? 없어?
어디로 갔지?!
[군사]
멍청아! 네 뒤다!
[군사]
어느 틈에?! 놓칠까 보냐……!
움직이기 시작한 군사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메인 스토리 1부 > 제1장 당신과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6화 꽃 조각의 파도 (0) | 2021.02.27 |
---|---|
제 5화 시작의 신호 (0) | 2021.02.27 |
제 4화 누구를 위해서 (0) | 2021.02.27 |
제 3화 진지한 눈빛 (0) | 2021.02.27 |
제 1화 보름달의 밤에 이끌려서 (0) | 2021.02.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