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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스토리 21/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10화

by camirin 2021. 5. 1.

축제의 떠들썩한 분위기 같은 가슴의 고양감이 적당히 가라앉았을 때, 나는 네로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것을 보았다.

 

[네로]

응? 너희, 배가 고픈 거야?

간식을 조금 나눠줄게.

간이 세지 않은 것만이야.

 

[아키라]

(네로의 주위에 동물이 잔뜩 모여있어.

귀엽다……)

네로, 거기서 뭐 하세요?

 

[네로]

딱히 아무것도.

이렇게 느긋하게 있는 거 꽤 좋아해.

현자님도 어때? 서서 얘기하는 것도 좀 그렇고.

 

[아키라]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할게요.

 

사양하지 않고 그의 옆에 앉았다.

테이블에서 가져온 달콤한 과일을 건네자, 네로는 그걸 받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키라]

네로.

이번 임무에 따라와 줘서 고마워요.

 

[네로]

별말씀을.

뭐, 보호자 역할은 익숙하기도 하고 신경 쓰지 마.

 

네로는 웃으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즐거워하는 루틸과 미틸에게 시선을 향했다.

 

 

[네로]

……저 형제는 분명 앞으로 여기에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찾아오게 되겠지.

 

[아키라]

그렇네요.

정령들도 이제 외로워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네로]

응. 하지만……

 

네로가 중얼거렸다.

그 눈은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어딘가 먼 곳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네로]

혹시 어떤 이유로 저 녀석들이 여기에 올 수 없게 되었을 때……

정령들은 또 이번처럼 마을에 아이를 납치하러 갈지도 몰라.

 

[아키라]

……

 

그럴 일은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이 여기에 올 수 없게 되면 정령은 또 터무니없는 외로움에 휩싸일 것이다.

 

[네로]

하지만, 그렇게 외로워져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기분을, 난 나무랄 수 없을 것 같아.

정말 돌아올지 모르는 상대를 그저 기다려야 한다는 건, 어쩔 수 없이 괴로운 거니까.

 

그의 눈에는 무엇이 비치고 있을까.

정령이나 저 형제들일지도 모르고, 훨씬 다른 것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키라]

네로……

 

[네로]

하하, 뭐 그런 거야.

이상한 소리 해서 미안해.

주정뱅이의 허언이니까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그는 아까의 말을 얼버무리듯 웃었다.

언제나처럼 눈썹을 살짝 내린 표정으로.

 

[네로]

무엇보다, 저 녀석들이 또 여기에 올 수 있도록 나도 현자의 마법사의 책무를 다해야겠지.

 

[샤일록]

그거 멋지네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저 형제도 이 숲도 마음에 들었으니까요.

저들이 오래도록 이곳에 올 수 있도록 같이 힘내요, 네로.

 

[네로]

언제부터 듣고 있었던 거야……

 

[샤일록]

아주 조금 전부터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현자님이 네로에게 말을 걸었을 때부터일까요?

 

[네로]

전부잖아……

 

[샤일록]

확실히 당신 말처럼 정령들의 강한 집착은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죠.

이 앞의 미래는 누구도 모른답니다.

루틸이 다시 여기를 찾아온 것도 똑같아요.

치렛타의 소원일지 정령들의 집착일지 혹은 그저 우연이 일어난 것일지.

그건 누구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겠죠.

운명이란 서쪽 마법사 이상으로 제멋대로고 자유롭고 찰나적인 향락주의랍니다.

그러니, 슬퍼하지 말고 다투지 말고, 그저 앞으로 찾아올 미래라는 이름의 운명을 함께 즐겨나가요.

 

[네로]

……

서쪽 마법사다운 사고방식이네.

나로선 쉽게 흉내조차 내지 못하겠어.

 

[샤일록]

후후, 그런 말씀 마세요.

또 시기가 오면 그들과 함께 여기를 찾아오죠.

당신도, 저도, 다른 분들도 함께.

 

[네로]

우리도……?

 

[샤일록]

네. 마음에 들었잖아요.

저 벌꿀주.

 

[네로]

……뭐 그렇지.

 

부드러운 향기와 따뜻한 바람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래.

모두가 상냥하고 마음을 죄어왔다.

 

[루틸]

현자님━!

 

[샤일록]

이런, 현자님.

루틸이 부르고 있어요.

 

[네로]

우린 여기서 마시고 있을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저쪽에 다녀오는 게 어때.

 

두 사람의 말에 끄덕인 후 미틸과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도는 루틸 쪽으로 다가간다.

그러자 루틸에게 갑자기 손을 잡혔다.

 

[아키라]

와앗.

 

[루틸]

후후. 잡혔어요!

 

[미틸]

죄송해요, 현자님.

형님이 현자님과 어떻게든 춤을 추고 싶다면서 말을 듣지 않아서……

저와 교대해주시겠어요?

 

[아키라]

아니에요, 불러줘서 고마워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루틸]

네, 기꺼이!

 

루틸과 손을 맞잡고 정령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었다.

멀리서 보면 볼품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건 정말 즐거운 꿈같은 순간이었다.

 

[루틸]

현자님, 발푸르기스의 밤에 같이 올 수 있었네요.

저 정말 기뻐요.

 

[아키라]

저도요.

루틸이 말했던 대로 여긴 정말 아름답고 환상적이어서, 오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루틸과 루틸의 어머니의 소중한 장소에 데려와줘서 고마워요.

 

[루틸]

아뇨,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아키라]

루틸……?

 

[루틸]

……왜일까요.

그때와 똑같고 즐겁고 기쁘고, 하지만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어머니……

 

그렇게 말하고 루틸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바로 웃음을 띄웠다.

 

[루틸]

분명 여기에 다른 분들과 현자님과 올 수 있게 돼서 그게 정말 기쁜 거겠죠.

현자님, 저와 또 여기에 와주시겠어요?

남쪽 나라의 발푸르기스의 밤의 연회를 즐기러요.

……어때요?

 

[아키라]

네……!

 

나는 그 얼굴을 똑바로 보며 꽃이 날리는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그들의 미래와 이 장소가 언제까지나 상냥함으로 넘칠 수 있도록,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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