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벤트 스토리 21/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8화

by camirin 2021. 5. 1.

차가운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에 흔들린 나뭇잎이 눈물처럼 몇 장이고, 몇 장이고 떨어졌다.

가슴 아파지는 정적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그러던 중, 루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루틸]

어머니의 죽음을 전하는 게 늦어져서, 긴 시간 동안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어머니를 마음 깊이 소중하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남쪽 나라의 마법사, 루틸 플로레스.

대마녀 치렛타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제 소중한 동생인 미틸.

저는 당신들에게, 어머니의 대신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 여기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어머니의 소중한 친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미틸]

저, 저도……!

저도 정령님들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여기서 어머니가 지냈던 이야기를 들어서,

왠지 지금 당장이라도 가까이 있어주시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루틸]

미틸……

 

루틸은 안타까운 듯 가슴을 짓누르는 미틸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바로 정령에에 말했다.

 

[루틸]

그래도 헬레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이 아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요.

 

숲은 계속해서 침묵했다.

또 고독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루틸]

……

그 대신 헬레나를 돌려보내고 나면 저희가 다시 여기로 돌아올게요.

그러니까…… 혹시 괜찮다면 그때는, 여러분이 어머니와 지냈을 때처럼 또 연회를 열어주시겠어요?

어머니와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저희도 똑같이 느껴보고 싶어요!

 

 

정령에게서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자 이윽고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아키라]

이 노래는……?

 

[러스티카]

정말 멋져. 현자님께도 들리시는군요.

이게 정령들이 봄이 찾아온 것을 기뻐하는 노래예요.

 

[샤일록]

정령들이 루틸의 말을 받아들여주었군요.

 

루틸은 정령의 노래를 듣고 기쁜 듯 웃었다.

 

[루틸]

감사합니다 정령님!


헬레나를 무사히 마을에 돌려보내고 의뢰를 해결한 다음 날.

우리는 클로에가 만들어준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빗자루에 타 정령이 사는 숲으로 향했다.

 

[러스티카]

클로에, 봐.

네가 만들어 준 옷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것 같아서 정말 예뻐.

 

[스노우]

호호호, 마치 우리가 정령이 된 것 같구나.

 

[클로에]

고마워! 이번 의상은 남쪽 나라의 발푸르기스의 밤을 이미지 해서 만들어봤어.

 

[네로]

엄청 예쁘긴 한데, 나한텐 너무 화려하지 않나……?

 

[스노우]

그렇지 않다니까~!

네로 쨩도 정령 같아서 귀여워!

 

[네로]

……왠지 솔직하게 고맙다고 하기엔 약간 저항이 생기네.


한참 하늘을 날자 정령들이 사는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키라]

어라……?

곧 산 꼭대기인데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카인]

응.

구름도 옅고 천둥소리도 안 들리네.

 

[루틸]

분명 정령님이 우리를 받아들여 주신 게 아닐까요?

 

평온한 날씨 속에서 우리는 산 꼭대기의 옅은 구름을 빠져나갔다.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령의 거처에 도착하자, 주변에는 부드러운 양기에 둘러싸인 멋진 광경이 보였다.

같은 장소에 왔을 터인데, 전부 다 다른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어제까지 한 면 가득 푸른색이었던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기 때문 일 것이다.

마치 봄이 찾아온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아키라]

(굉장하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자, 볼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키라]

어라, 비……?

 

[클로에]

현자님, 건너편 좀 봐봐!

예쁜 무지개가 떠있어!

 

클로에가 웃으며 가리킨 방향에는 일곱 빛깔로 빛나는 커다란 무지개가 떠 있었다.

 

[아키라]

와아, 정말이네요!

예쁘다……!

 

[샤일록]

후후, 그들이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는 것 같네요.

 

[아키라]

네!

정령 여러분, 감사합니다.

 

나무들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기운은 모르겠지만, 뺨을 쓰다듬는 바람은 친애를 나타내듯 상냥했다.

 

[러스티카]

지난번의 멋진 노래도 울려 퍼지고 있네.

몇 번을 들어도, 햇빛 가운데 있는 것처럼 따뜻한 기분이 드는 노랫소리야.

《아모레스트 비에쎄》

 

러스티카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눈앞에 쳄발로가 나타났다.

 

[러스티카]

오늘은 저도 이 멋진 연주회에 참가하겠습니다.

 

[아키라]

앗, 작은 동물들이 쳄발로 위에 모이기 시작했어요!

너무 귀엽다……!

 

건반 위에서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들이 뛰었다.

마치 러스티카와의 연탄[각주:1]을 즐기는 것 같았다.

 

[러스티카]

이렇게 매력적인 음악을 연주해주다니……

이 동물들은 내 신부일지도 몰라.

 

[클로에]

와━! 안 돼 러스티카!

새장 집어넣어……!

 

[아키라]

아하하.

(그런데 정말 예쁘다……

아치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아)

 

부드럽게 볼을 쓰다듬는 바람들은 나풀나풀 나는 꽃잎들과 함께 달콤하고 상냥한 향기를 가져와주었다.

그야말로 낙원에 있는 듯한 기분에 시간도 잊고 그저 경치에 넋을 잃게 되었다.

 

[스노우]

호호호.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얼굴이구나.

 

[아키라]

스노우.

 

[스노우]

현자여, 재밌는 것을 보여주마.


  1. 連彈:하나의 악기를 두 사람이 동시에 연주하는 일 [본문으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