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에 흔들린 나뭇잎이 눈물처럼 몇 장이고, 몇 장이고 떨어졌다.
가슴 아파지는 정적이 주위를 가득 채웠다.
그러던 중, 루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루틸]
어머니의 죽음을 전하는 게 늦어져서, 긴 시간 동안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해요.
그리고, 어머니를 마음 깊이 소중하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남쪽 나라의 마법사, 루틸 플로레스.
대마녀 치렛타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제 소중한 동생인 미틸.
저는 당신들에게, 어머니의 대신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늘 여기에 올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어머니의 소중한 친구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미틸]
저, 저도……!
저도 정령님들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기뻤어요.
여기서 어머니가 지냈던 이야기를 들어서,
왠지 지금 당장이라도 가까이 있어주시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루틸]
미틸……
루틸은 안타까운 듯 가슴을 짓누르는 미틸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바로 정령에에 말했다.
[루틸]
그래도 헬레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이 아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가족이 있어요.
숲은 계속해서 침묵했다.
또 고독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루틸]
……
그 대신 헬레나를 돌려보내고 나면 저희가 다시 여기로 돌아올게요.
그러니까…… 혹시 괜찮다면 그때는, 여러분이 어머니와 지냈을 때처럼 또 연회를 열어주시겠어요?
어머니와 여러분의 소중한 시간을 저희도 똑같이 느껴보고 싶어요!
정령에게서 대답을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자 이윽고 어디선가 아름다운 노랫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아키라]
이 노래는……?
[러스티카]
정말 멋져. 현자님께도 들리시는군요.
이게 정령들이 봄이 찾아온 것을 기뻐하는 노래예요.
[샤일록]
정령들이 루틸의 말을 받아들여주었군요.
루틸은 정령의 노래를 듣고 기쁜 듯 웃었다.
[루틸]
감사합니다 정령님!
헬레나를 무사히 마을에 돌려보내고 의뢰를 해결한 다음 날.
우리는 클로에가 만들어준 화려한 의상으로 갈아입고, 빗자루에 타 정령이 사는 숲으로 향했다.
[러스티카]
클로에, 봐.
네가 만들어 준 옷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추는 것 같아서 정말 예뻐.
[스노우]
호호호, 마치 우리가 정령이 된 것 같구나.
[클로에]
고마워! 이번 의상은 남쪽 나라의 발푸르기스의 밤을 이미지 해서 만들어봤어.
[네로]
엄청 예쁘긴 한데, 나한텐 너무 화려하지 않나……?
[스노우]
그렇지 않다니까~!
네로 쨩도 정령 같아서 귀여워!
[네로]
……왠지 솔직하게 고맙다고 하기엔 약간 저항이 생기네.
한참 하늘을 날자 정령들이 사는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키라]
어라……?
곧 산 꼭대기인데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카인]
응.
구름도 옅고 천둥소리도 안 들리네.
[루틸]
분명 정령님이 우리를 받아들여 주신 게 아닐까요?
평온한 날씨 속에서 우리는 산 꼭대기의 옅은 구름을 빠져나갔다.
그 끝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정령의 거처에 도착하자, 주변에는 부드러운 양기에 둘러싸인 멋진 광경이 보였다.
같은 장소에 왔을 터인데, 전부 다 다른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어제까지 한 면 가득 푸른색이었던 꽃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었기 때문 일 것이다.
마치 봄이 찾아온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아키라]
(굉장하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자, 볼에 차가운 물방울이 떨어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키라]
어라, 비……?
[클로에]
현자님, 건너편 좀 봐봐!
예쁜 무지개가 떠있어!
클로에가 웃으며 가리킨 방향에는 일곱 빛깔로 빛나는 커다란 무지개가 떠 있었다.
[아키라]
와아, 정말이네요!
예쁘다……!
[샤일록]
후후, 그들이 우리를 환영해주고 있는 것 같네요.
[아키라]
네!
정령 여러분, 감사합니다.
나무들을 향해 감사를 전했다.
기운은 모르겠지만, 뺨을 쓰다듬는 바람은 친애를 나타내듯 상냥했다.
[러스티카]
지난번의 멋진 노래도 울려 퍼지고 있네.
몇 번을 들어도, 햇빛 가운데 있는 것처럼 따뜻한 기분이 드는 노랫소리야.
《아모레스트 비에쎄》
러스티카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눈앞에 쳄발로가 나타났다.
[러스티카]
오늘은 저도 이 멋진 연주회에 참가하겠습니다.
[아키라]
앗, 작은 동물들이 쳄발로 위에 모이기 시작했어요!
너무 귀엽다……!
건반 위에서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들이 뛰었다.
[러스티카]
이렇게 매력적인 음악을 연주해주다니……
이 동물들은 내 신부일지도 몰라.
[클로에]
와━! 안 돼 러스티카!
새장 집어넣어……!
[아키라]
아하하.
(그런데 정말 예쁘다……
아치 동화 속에 있는 것 같아)
부드럽게 볼을 쓰다듬는 바람들은 나풀나풀 나는 꽃잎들과 함께 달콤하고 상냥한 향기를 가져와주었다.
그야말로 낙원에 있는 듯한 기분에 시간도 잊고 그저 경치에 넋을 잃게 되었다.
[스노우]
호호호.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얼굴이구나.
[아키라]
스노우.
[스노우]
현자여, 재밌는 것을 보여주마.
- 連彈:하나의 악기를 두 사람이 동시에 연주하는 일 [본문으로]
'이벤트 스토리 2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10화 (0) | 2021.05.01 |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9화 (0) | 2021.05.0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7화 (0) | 2021.05.0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6화 (0) | 2021.05.0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5화 (0) | 2021.05.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