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모습을 보고 한걸음 떨어진 곳에 있던 네로는 살짝 그녀 쪽으로 다가갔다.
[네로]
그렇구만.
너한테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겼으면 다행이야.
[헬레나]
응!
[네로]
그래도 말이야.
부모님은 네가 없어서 쓸쓸하고 걱정된다고 굉장히 슬퍼하고 있었어.
[헬레나]
어……
[네로]
분명 두 분 다 널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시는 게 아닐까?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분명 널 위해서일 거야.
네로는 따뜻한 말투로 헬레나에게 말하며 토끼 인형을 그녀에게 건넸다.
[네로]
자, 이 녀석이 너희 부모님 대신 마중 왔어.
인형을 보자 헬레나는 잊으면 안 될 소중한 것을 떠올린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헬레나]
…………
[네로]
이 녀석 좋아하지?
그리고 사실은 부모님도.
[헬레나]
……응.
나, 얘도 아빠도 엄마도 정말 좋아……
헬레나는 인형을 끌어안고 흐느꼈다.
그 모습은 마치 꿈에서 깬 듯했다.
[헬레나]
흑, 흐윽……
아빠도 엄마도 보고 싶어.
역시 집에 돌아가고 싶어……!
[미틸]
이제 괜찮아요, 헬레나 양.
같이 집으로 돌아가요.
[클로에]
와앗, 눈을 그렇게 비비면 부을 거야.
자, 닦아줄 테니까 울지 마.
[루틸]
헬레나, 부모님이 집에서 맛있는 밥을 만들고 기다리겠다고 하셨어.
[헬레나]
응, 응……!
흐느껴 우는 헬레나에게 다들 상냥하게 말을 건넸다.
[루틸]
아……
루틸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표정을 짓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루틸]
아이가 미아가 되고, 마중을 오고……
혹시 여긴……
[카인]
루틸, 왜 그래?
[루틸]
……생각났어요.
역시 저 어릴 적에 여기에 와본 적이 있어요.
헬레나와 똑같이.
울다 지친 헬레나는 좋아하는 인형을 끌어안고 잠들어버렸다.
네로의 등에 업힌 어린아이의 자는 얼굴을 보며 루틸은 그리워하듯 입을 열었다.
[루틸]
미틸이 태어나기 전……
어느 날, 저는 헬레나와 똑같이 정신을 차렸더니 여기에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정령에게 납치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미틸]
형님도 정령에게……
[루틸]
쓸쓸함을 느낀 건 처음뿐이었어요.
누군가 '여기서 살자'라고 말하면서 달콤한 과일과 귀여운 동물을 데려와줘서……
동화 같은 광경에 전 외로움도 잊고 꿈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치렛타]
루틸……!
드디어 찾았다!
[루틸]
어머니?
그렇게 급하게 무슨 일이세요?
[치렛타]
계속 찾아다녔어!
어디 아픈 데는 없어?
괜찮아?
[루틸]
으, 응. 아무 데도 안 아파요.
[치렛타]
그럼 다행이다……
네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하아……
나 이외의 생명을 이렇게 소중하게 여길 날이 오다니 생각도 못했어……
[루틸]
……아……
루틸은 과거를 생각하듯 만발하는 푸른 꽃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루틸]
그때까지는 굉장히 즐거웠는데……
어머니를 보니 기쁜 듯, 안심한 듯한 기분이 돼서 울어버렸어요.
[아키라]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나는 당시의 일은 알 수 없지만 어렴풋이 그 광경이 상상이 되는 것 같았다.
정령에게 납치되어 높은 하늘 아래 꽃이 하늘하늘 떨어지는 가운데 치렛타와 재회한 루틸.
[미틸]
혹시 형님이 말했던 발푸르기스의 밤 같은 추억이란 건……
[루틸]
응. 분명 이것일 거야.
[스노우]
어릴 적의 어슴푸레한 기억이라면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루틸]
분명 어머니는 헬레나의 부모님처럼 어린 저를 걱정해주신 거겠죠.
루틸은 그렇게 말하고 잠든 헬레나의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었다.
[루틸]
어서 헬레나를 부모님 곁으로 돌려보내줘야겠어요.
[샤일록]
그렇네요.
그녀가 눈을 뜰 때쯤에는 가장 먼저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해주죠.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의 부모님이 기다리는 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하지만━
[스노우]
다들 기다리거라.
[아키라]
네?
수근수근 숲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나무들의 가지가 의지를 가진 듯 뻗어나가며 우리가 가는 길을 막았다.
[미틸]
앗!
이게 뭐죠……!
[네로]
이거 순순히 보내주지 않을 건가 본데.
[카인]
정령 짓인가.
떨어지지 마 아키라.
둘러싸이기 전에 내가━━
[스노우]
손을 대면 안된다.
괜히 정령을 자극하면 여기서 영영 나가지 못할지도 모르니 말이야.
[클로에]
어, 어떡해!?
기세 좋게 늘어나는 나무들이 하늘을 덮기 시작하고,
나뭇가지가 사방팔방으로 뻗으며 길을 막았다.
혼란과 동요에 공기가 흐트러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상황에 불안이 가슴을 스칠 때,
몇 명의 마법사가 튕기듯 고개를 들었다.
[러스티카]
이 목소리는……
[샤일록]
……
조금 곤란해졌네요.
'이벤트 스토리 2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8화 (0) | 2021.05.01 |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7화 (0) | 2021.05.0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5화 (0) | 2021.05.0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4화 (0) | 2021.05.01 |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3화 (0) | 2021.05.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