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에]
목소리라니?
나한텐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누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샤일록]
그건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군요.
아무래도 우리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인비벨》
샤일록이 주문을 외우는 것과 동시에 루틸 일행에게 연기를 뿜었다.
[카인]
……!
이 목소리는……?
[클로에]
와앗! 이게 뭐야……!
[샤일록]
여러분에게 약간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마법을 걸었습니다.
마법사라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될 거예요.
샤일록의 말대로 젊은 마법사들도 정령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듯,
모두 놀라며 주위에 귀를 기울였다.
[카인]
현자님한테는 들려?
[아키라]
아니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만 뭔가 근처에 있는 것 같은 신기한 기운은 느껴져……)
[루틸]
……어……?
[미틸]
……!
형님, 방금 그건……
루틸이 갑자기 놀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틸도 눈을 크게 뜨고 움직임을 멈췄다.
[네로]
……반복해서 이름을 부르고 있어.
[아키라]
네? 이름이라니……
[네로]
'치렛타가 왔다'
'치렛타가 돌아왔다'라고.
[스노우]
아마도 루틸에게 치렛타의 기운을 느끼고 착각한 것일 게야.
[카인]
무슨 소리야?
정령이 루틸…… 아니 치렛타에게 뭔가 전하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건가?
[미틸]
형님!
발밑에 가지가……!
불가사의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던 때, 어느샌가 루틸의 발밑에 나뭇가지가 하나 뻗어져 있었다.
[클로에]
루틸!
공격당하는 건가 싶어 긴장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가지는 적대심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듯 루틸의 소매를 천천히 당겼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는 것처럼.
자기들을 알아채 달라고 전하는 것처럼.
[루틸]
…………
정령이 무슨 말이라도 한 걸까.
그 모습을 본 후 샤일록은 쓸쓸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샤일록]
그는 치렛타가 아닙니다.
치렛타의 아들 루틸이죠.
……치렛타는 죽었습니다.
샤일록의 말에 숲이 소리를 잃었다.
정적 속에서 루틸의 소매를 잡던 가지가 갈 곳을 잃은 듯 톡 떨어졌다.
[아키라]
와앗……!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거칠게 불어댔다.
잎이 날아오르고,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는 왠지 통곡과도 닮아있었다.
말이 들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치렛타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정령들은 깊이 슬퍼하고 한탄하고 있다고.
[러스티카]
정령들은 그녀를 원망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군요.
그야, 이렇게나 가슴 아파지는 슬픔이 넘쳐흐르는걸요.
[루틸]
……정령님.
왜 저와 헬레나를 잡아오신 건가요?
나무들이 대답하듯 흔들렸다.
샤일록이 그들의 말을 알려주었다.
[샤일록]
그들은 계속 외로웠던 것 같군요.
여긴 마을과도 떨어져 있으니 인간은커녕, 마법사조차 가볍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운치 있는 정적은 때로는 매력적이지만, 여긴 너무나도 공허하고 조용하니까요.
[아키라]
(너무 조용하다……
이 장소에 왔을 때 느꼈던 쓸쓸함은 혹시 그 탓이었을까)
[샤일록]
존재조차 알려지지 못한 그들은 계속 고독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외로움을 묻어버리려 루틸을 납치했습니다.
아이를 자신들이 키우려 했던 거죠.
[스노우]
하나, 바로 치렛타가 루틸을 찾으러 왔지.
그건 이미 굉장한 분노였던 듯하네.
무리도 아니지. 자기 아이를 뺏기면 누구라도 화를 낼 것이야.
화가 난 치렛타는 정령들에게 보상을 받으려 했던 모양이야.
그 녀석은 가혹한 면도 있었고……
스노우는 그리운 듯 미소 지었다.
옛날의 치렛타를 추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숲이 다시 조용히 흔들렸다.
[치렛타]
너희 말이야, 아무리 외로워도 해도 될 일과 안될 일이 있잖아.
루틸한테 상처 하나라도 났으면 이 숲 통째로 불태웠을 거야.
하지만…… 이번만은 용서해줄게.
루틸도 무사했고, 나도 활기차고 따뜻한 존재들과 지내는 사랑스러움이 뭔지 알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가끔 내가 놀러 와 줄게.
그러면 외롭지 않겠지?
그 대신, 정령과 동물, 식물들이 봄이 찾아온 것을 기뻐하는 축제라 불리는 남쪽 나라의 발푸르기스의 밤……
그 동화에 지지 않을 만큼 환영해줘.
[스노우]
그 후 치렛타는 매년 이 숲을 찾아왔다고 하는구나.
정령들은 그때마다 연회를 열어 그녀를 대접했네.
치렛타도 혼자만의 연회를 즐기고 돌아갔다고.
……하나, 언제부턴가 갑자기 치렛타는 오지 않게 됐지.
그때부터 정령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몇 번의 계절이 돌아도, 연회를 열어도 그녀가 오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외로움을 추억하게 되었다.
활기차고 따뜻한 존재와 지내는 사랑스러움을 알게 되었으니까.
[러스티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게 된 그들은 다시 아이를 납치하게 됐다고 해요.
언젠가의 루틸처럼, 헬레나를 자신들의 아이로 하여 외로움을 숨기려 했죠.
어쩌면 치렛타가 또 우리를 꾸짖으러 올지도 모르잖아.
그런 기대를 한 것 같네요.
[아키라]
(……하지만 올 리가 없지)
(그녀는 이미 돌이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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