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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스토리 21/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천공의 연회에 봄을 불러들여 7화

by camirin 2021. 5. 1.

[클로에]

목소리라니?

나한텐 아무것도 안 들리는데.

누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샤일록]

그건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군요.

아무래도 우리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 같으니까요.

《인비벨》

 

샤일록이 주문을 외우는 것과 동시에 루틸 일행에게 연기를 뿜었다.

 

[카인]

……!

이 목소리는……?

 

[클로에]

와앗! 이게 뭐야……!

 

[샤일록]

여러분에게 약간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마법을 걸었습니다.

마법사라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될 거예요.

 

샤일록의 말대로 젊은 마법사들도 정령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듯,

모두 놀라며 주위에 귀를 기울였다.

 

[카인]

현자님한테는 들려?

 

[아키라]

아니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만 뭔가 근처에 있는 것 같은 신기한 기운은 느껴져……)

 

[루틸]

……어……?

 

[미틸]

……!

형님, 방금 그건……

 

루틸이 갑자기 놀란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틸도 눈을 크게 뜨고 움직임을 멈췄다.

 

[네로]

……반복해서 이름을 부르고 있어.

 

[아키라]

네? 이름이라니……

 

[네로]

'치렛타가 왔다'

'치렛타가 돌아왔다'라고.

 

[스노우]

아마도 루틸에게 치렛타의 기운을 느끼고 착각한 것일 게야.

 

[카인]

무슨 소리야?

정령이 루틸…… 아니 치렛타에게 뭔가 전하고 싶은 거라도 있는 건가?

 

[미틸]

형님!

발밑에 가지가……!

 

불가사의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던 때, 어느샌가 루틸의 발밑에 나뭇가지가 하나 뻗어져 있었다.

 

[클로에]

루틸!

 

공격당하는 건가 싶어 긴장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 가지는 적대심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듯 루틸의 소매를 천천히 당겼다.

마치 아이가 부모의 손을 잡는 것처럼.

자기들을 알아채 달라고 전하는 것처럼.

 

[루틸]

…………

 

정령이 무슨 말이라도 한 걸까.

그 모습을 본 후 샤일록은 쓸쓸한 듯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샤일록]

그는 치렛타가 아닙니다.

치렛타의 아들 루틸이죠.

……치렛타는 죽었습니다.

 

샤일록의 말에 숲이 소리를 잃었다.

정적 속에서 루틸의 소매를 잡던 가지가 갈 곳을 잃은 듯 톡 떨어졌다.

 

[아키라]

와앗……!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거칠게 불어댔다.

잎이 날아오르고,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는 왠지 통곡과도 닮아있었다.

말이 들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치렛타가 죽었다는 것을 알고 정령들은 깊이 슬퍼하고 한탄하고 있다고.

 

[러스티카]

정령들은 그녀를 원망하고 있던 것이 아니었군요.

그야, 이렇게나 가슴 아파지는 슬픔이 넘쳐흐르는걸요.

 

[루틸]

……정령님.

왜 저와 헬레나를 잡아오신 건가요?

 

나무들이 대답하듯 흔들렸다.

샤일록이 그들의 말을 알려주었다.

 

[샤일록]

그들은 계속 외로웠던 것 같군요.

여긴 마을과도 떨어져 있으니 인간은커녕, 마법사조차 가볍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운치 있는 정적은 때로는 매력적이지만, 여긴 너무나도 공허하고 조용하니까요.

 

[아키라]

(너무 조용하다……

이 장소에 왔을 때 느꼈던 쓸쓸함은 혹시 그 탓이었을까)

 

[샤일록]

존재조차 알려지지 못한 그들은 계속 고독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외로움을 묻어버리려 루틸을 납치했습니다.

아이를 자신들이 키우려 했던 거죠.

 

[스노우]

하나, 바로 치렛타가 루틸을 찾으러 왔지.

그건 이미 굉장한 분노였던 듯하네.

무리도 아니지. 자기 아이를 뺏기면 누구라도 화를 낼 것이야.

화가 난 치렛타는 정령들에게 보상을 받으려 했던 모양이야.

그 녀석은 가혹한 면도 있었고……

 

스노우는 그리운 듯 미소 지었다.

옛날의 치렛타를 추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숲이 다시 조용히 흔들렸다.


[치렛타]

너희 말이야, 아무리 외로워도 해도 될 일과 안될 일이 있잖아.

루틸한테 상처 하나라도 났으면 이 숲 통째로 불태웠을 거야.

하지만…… 이번만은 용서해줄게.

루틸도 무사했고, 나도 활기차고 따뜻한 존재들과 지내는 사랑스러움이 뭔지 알게 되었으니까.

앞으로는 가끔 내가 놀러 와 줄게.

그러면 외롭지 않겠지?

그 대신, 정령과 동물, 식물들이 봄이 찾아온 것을 기뻐하는 축제라 불리는 남쪽 나라의 발푸르기스의 밤……

그 동화에 지지 않을 만큼 환영해줘.


[스노우]

그 후 치렛타는 매년 이 숲을 찾아왔다고 하는구나.

정령들은 그때마다 연회를 열어 그녀를 대접했네.

치렛타도 혼자만의 연회를 즐기고 돌아갔다고.

……하나, 언제부턴가 갑자기 치렛타는 오지 않게 됐지.

 

그때부터 정령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몇 번의 계절이 돌아도, 연회를 열어도 그녀가 오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외로움을 추억하게 되었다.

활기차고 따뜻한 존재와 지내는 사랑스러움을 알게 되었으니까.

 

[러스티카]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게 된 그들은 다시 아이를 납치하게 됐다고 해요.

언젠가의 루틸처럼, 헬레나를 자신들의 아이로 하여 외로움을 숨기려 했죠.

어쩌면 치렛타가 또 우리를 꾸짖으러 올지도 모르잖아.

그런 기대를 한 것 같네요.

 

[아키라]

(……하지만 올 리가 없지)

(그녀는 이미 돌이 되어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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