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인과 나란히 걸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커다랗고 하얀 달이 푸른 하늘에 흐릿하게 떠있었다.
[아키라]
역시 크네요……
[카인]
뭐가?
[아키라]
달이요.
이 세계의 달은 굉장히 크구나 해서요.
[카인]
어제 막 습격한 참이니까 말이야.
[아키라]
습격……?
카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달을 노려보았다.
[카인]
저게 <거대한 재앙>이야.
1년에 한 번 습격해서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 하지.
우리가 싸우는 상대야.
[아키라]
달……?
달이랑 싸우는 거예요……!?
[카인]
맞아.
습격한 달을 요격해서 하늘로 돌려보내는 것이 현자의 마법사의 역할이야.
달과 싸우는 마법사……
저렇게 커다란 게 다가오고,
그때마다 그걸 돌려보내고,
세상을 지켜야 한다니.
[아키라]
1년에 한 번, 매년……?
[카인]
그래, 매년.
[아키라]
계속요?
[카인]
계속.
카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카인]
한 번으로 결판이 나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래도 세상의 성가신 일들이란 거의 그런 법이야.
정리하면 다시 문제가 일어나고……
반복되고 반복되며 어떻게든 돼.
이야기 같은 깔끔한 결말 같은 건 없어.
참을성 좋게 계속해나가는 수밖에 없어.
[아키라]
…………
[카인]
……라고 결론지어버렸지만.
올해의 <거대한 재앙>은 이상했어.
[아키라]
이상했다면……
[카인]
말도 안 되게 강력했어.
역전(歷戰)의 마법사들이 대적하지 못할 정도의 힘으로 이 세계에 접근해와서……
덕분에 20명이었던 동료들이 반으로 줄어버렸지……
카인은 눈을 내리뜨고 침묵했다.
아침 햇살 속에서 조용히 바람이 불어온다.
[카인]
……<거대한 재앙>이 접근해온 탓에 왕도에도 큰 피해가 났겠지.
아서 전하를 뵙고 싶다고 했지?
아서 전하는 왕도의 그랑벨 성에 계셔.
나도 늘 출입하고 있어.
널 데려가는 것도 가능하겠지.
전하도 분명 가족처럼 대해주실 거야.
하지만, 왕도의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복구작업이 진정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줄 수 있겠어?
[아키라]
(……피해 규모……
달이 접근해왔어.
상상도 할 수 없는 피해겠지……)
알겠어요……
심각할 때에 제 생각만 해서 죄송해요.
[카인]
무슨 소리야.
네가 심각할 때에 이쪽이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야.
가능하면 이 세계나 우리를 마음에 들어해 줬으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지.
살던 집과는 비교할 수 없으니까.
[아키라]
뭔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이쪽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카인]
정말이야?
[아키라]
네, 네. 청소든 뭐든……
[카인]
그런 건 우리가 할 거야.
새로운 마법사들을 소환해줬으면 해.
[아키라]
새로운 마법사?
[카인]
맞아.
반으로 줄었다고 했잖아?
현자의 마법사는 원래 20명이야.
결원이 생겼을 때에는 현자만이 소환할 수 있어.
괜찮다면 너에게 부탁할 수 있을까?
카인의 진지한 표정에 조금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키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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