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벤트 스토리 20/애수어린 해바라기의 에튀드

애수어린 해바라기의 에튀드 3화

by camirin 2021. 4. 7.

[아키라]
점심 맛있었어.
……하지만 파우스트는 또 못 봤네.
아서 일행이 적극적으로 일해주고 있어서 슬슬 마법사(魔法舎)의 임무가 시작할 것 같은데……
파우스트가 마음을 터줄 때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레녹스가 그랬지……
동쪽 마법사들, 괜찮으려나……
 
[네로]
현자님.
 
[아키라]
네로……
점심 잘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네로]
그거 다행이네.
그럼 이거 전해주지 않을래?
우리 선생님한테.
 
[아키라]
런치 박스……
파우스트에게 줄 거라면 네로가 가져가는 게 낫지 않나요?
 
[네로]
뒷정리가 있으니까.
미안하지만 부탁할게.
 
[아키라]
………… 알았어요.
 
네로의 걱정과 유무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느꼈기에 나는 런치 박스를 받아 들었다.
 
[아키라]
(……동쪽 마법사들은 뭔가 서투르네……)
(사람을 싫어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마법사.
하지만 다들 성실하고 상냥하고, 부딪히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있어)
(같이 있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쉽게는 안 되려나……)
 
돌아가는 네로의 모습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사라졌을 터인 네로가 돌아왔다.
 
[네로]
역시 내가 갖다 줄게.
 
[아키라]
정말요?
 
망설이듯 고개를 끄적이며 네로는 머리를 쓸었다.
 
[네로]
뭐……
바쁜 사람한테 부탁하기도 뭐하고.
왠지 치사하니까.
 
[아키라]
네로도 바쁘잖아요.
그런 와중에 도시락까지 만들어주다니,
상냥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미소를 띠며 네로를 올려다보았다.
네로는 살짝 당황하고 곤란한 듯 눈썹을 내리며 웃었다.
 
[네로]
대놓고 그런 말을 들으면……
너한테 떠넘기려고 했는데.
 
[아키라]
도시락 전해주러 가는 걸요?
 
[네로]
대화가 서투른 녀석과 이야기하는 걸.
 
나는 눈을 깜빡였다.
그때, 인기척이 나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파우스트가 있었다.
 
[아키라]
파우스트……
 
[파우스트]
……그렇게 놀랄 건 없잖아.
나도 산책 정도는 해.
 
서먹하게 말하며 파우스트는 네로를 흘끗 보았다.
 
[파우스트]
또 점심을 갖다 주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어린 마법사들을 내버려 두고 나만 특별취급이라니……
 
파우스트의 시선에는 반성과 약간의 친밀감이 있었다.
네로는 한숨 돌리고 농담스럽게 웃었다.

[네로]
확실히 어른스럽지 못할지도 모르겠네?
 
[파우스트]
……시끄러워.
저번에 먹은 키슈 맛있었어.
……점심은 아직 남아있나?
 
[아키라]
파우스트, 이거……
 
[파우스트]
뭐야? ……아.
이미 만들게 해 버렸나?
 
[네로]
신경 쓰지 마.
그래도 뭐…… 그……
괜찮으면 방이 아니라 식당에서 먹어.
다 먹으면 맛있는 커피를 내려줄 테니까.
파우스트는 런치 박스를 끌어안고 웃었다.
그의 눈썹도 곤란한 듯 내려갔다.
그들의 웃는 방식이 좋았다.
당연한 듯 손을 잡는 것은 할 수 없어도……
살짝, 조금씩 걸음을 옮기고 더듬어서,
상대 안에 자신이 있을 곳을 확인하는듯한 미소가.
 
[파우스트]
그럼 받을까.
 
[네로]
그래.


수다를 떨며 나와 네로는 식당에서 파우스트의 식사를 지켜보았다.
핵심을 찌르는 대화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화제를 주고받는 사이에 서로의 기질을 확인해갔다.
 
[네로]
이건 지금 소스로 맛이 배어있지만, 소금만 쳐도 맛있어.
 
[파우스트]
헤에.
그것도 먹어보고 싶군.
 
[네로]
심플한 맛을 좋아해?
 
[파우스트]
복잡하고 정성스러운 소스도 좋아.
나는 만들 수 없으니까.
 
[아키라]
직접 만들 때는 어떤 요리를 하시나요?
 
[파우스트]
요리사 앞에서 말할 수는 없지.
 
[네로]
넌 그럭저럭 하는 편이잖아.
그냥 보고 있으면 알아.
카인의 요리는 듣고 놀랐지만.
 
[파우스트]
어떤데?
 
[네로]
전부 통째로 튀긴대.
야채도 물고기도 버섯도.
조개만은 토마토 스프로 만든다나.
 
[파우스트]
하하, 호쾌하네.
카인다워.
 
[아키라]
튀김을 할 수 있다니 굉장해요.
저는 히스클리프와 같이 오지야를 만든 적이 있어요.
 
[네로]
헤에, 처음 듣는 음식이네.
다음에 알려줘.
 
상냥한 시간이었다.
네로는 느긋한 기색을 숨기고 파우스트를 지켜보는 기운이 있었다.
파우스트도 신랄한 척을 하며, 예의 바르게 네로를 신경썼다.
마법사에서 사는 것을 누구보다 이 둘이 가장 싫어했었다.
그때의 서로의 말이 지금도 서로에게 박혀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냥한 시간이었다.
 
[시노]
현자.
 
시노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블랑솃에서 돌아왔는지, 시노와 히스클리프가 있었다.
히스클리프는 파우스트를 보고 놀람과 기쁨을 띠었다.
 
[히스클리프]
파우스트 선생님……
 
파우스트는 거북한 듯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곧 미소를 띠었다.
 
[파우스트]
엄청난 짐이군.
어딘가 다녀오는 건가?
 
[히스클리프]
블랑솃에 돌아가 있었어요.
아버지의 지인분께 이변의 조사를 부탁받아서……
 
[아키라]
이변……?
 
[히스클리프]
네. 란즈벨그 령의 영주님이에요.
저는 가본 적이 없지만 동쪽 나라의 중앙 쪽의 영지로……
해바라기 밭의 식인 마녀 비앙카의 전설이 남은 곳이에요.
 
동요 섞인 목소리를 낸 것은 다른 사람이었다.
 
[레녹스]
……란즈벨그 령의 비앙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