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이 세계에 와서 입을 옷도 많이 늘었네……
아…… 이 스툴……
나는 담황색으로 물든 부드러운 질감의 스툴을 집어 들었다.
담황색의 정체는 해바라기였다.
나는 어떤 해바라기 밭의 풍경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아키라]
……그립네……
그건 동쪽 마법사들과 처음으로 훈련을 갔을 때였다……
토비카케리 사건이 정리되고, 모두가 마법사에서 살기 시작해서 꽤 지났지만……
동쪽 마법사의 선생님인 파우스트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시노]
이봐, 파우스트.
우리에게 마법을 가르쳐라.
다른 녀석들은 이미 훈련을 시작했어.
[히스클리프]
시노, 하지 말라니까.
아직 주무실지도 모르고……
[시노]
벌써 해가 중천이야.
[히스클리프]
사는 곳이 바뀌어서 잘 잠들지 못하는 걸 수도 있어.
……요전에 뵈었을 때도 수면부족 같았고……
……선생님은 내 생명의 은인이야.
선생님과 마법사에서 지낼 수 있게 돼서 난 기뻤지만……
선생님은 괴로우셨던 걸까……
[파우스트]
…………
[네로]
안녕, 선생.
점심시간은 끝나버렸어.
다들 진작에 어디로 갔다고.
[파우스트]
……네로.
[네로]
남이랑 만나지 않으려고 시간을 피한 건가.
[파우스트]
떠들썩한 건 좋아하지 않아.
아무것도 없다면 방으로 돌아가겠어.
며칠 정도는 먹지 않아도 괜찮……
[네로]
자, 가져가.
[파우스트]
……뭐야, 이 바구니.
피크닉이라도 하는 거야?
[네로]
빵이랑 치즈랑 찐 야채랑 키슈가 들었어.
와인은 덤.
[파우스트]
…………
낮부터……
[네로]
마시고 자.
요즘 못 자고 있잖아.
다크서클 엄청 심해.
아니면 잠들고 싶지 않은 건가?
[파우스트]
……왜?
[네로]
밤중에 포트 가득 커피를 타갔으니까.
[파우스트]
잘도 봤네……
[네로]
옛날에 동료의 영양관리가 일이었어.
그러니까 버릇이 들었지.
몸과 마음은 입에 들어가는 걸로 만들어지니까.
[파우스트]
의외군.
[네로]
영양관리가?
[파우스트]
동료 쪽이.
대인관계는 서툴다고 했으니까.
[네로]
……아주 먼 옛날이야기야.
있잖아, 선생.
시노랑 히스가 네 수업을 기다리는 것 같더라.
[파우스트]
선생이라고 부르지 마.
네 쪽이 더 오래 살았잖아.
추측이지만……
[네로]
알았어, 파우스트.
하지만 가끔은 부르게 해 줘.
나는 선생한테 배운 적이 없거든.
[파우스트]
요리랑 마법은?
스승 아래서 배우지 않았나?
[네로]
네가 처음이야.
넌? 마법 스승은……
[파우스트]
없어.
[네로]
아, 그래.
그럼 독학의 고생도 알겠지.
가르쳐 줘, 아이들한테.
[파우스트]
……나는 지도자에 어울리지 않아.
네가 지도해줘.
[네로]
나? 나야말로 안 어울리지.
[파우스트]
왜지?
[네로]
친절하지 않으니까.
[파우스트]
나도 친절하지 않아.
점심도 같이 먹지 않는 히키코모리지.
이건 받아갈게. 고마워.
[네로]
그래.
내키면 같이 먹어.
[파우스트]
…………
네로.
한밤중에 내 방에 온 적 있나?
[네로]
아니…… 없는데.
[파우스트]
그럼 됐어.
평생 오지 말아 줘.
[네로]
뭐야 그게……
망령이랑 춤이라도 추는 거야?
[파우스트]
비슷해.
<거대한 재앙>이 파우스트에게 입힌 기묘한 상처는 꿈이 넘쳐흐르는 것이었다.
나는 흘러나온 꿈을 보고, 저주상인 파우스트가 과거에 구국(救國) 영웅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꿈이 넘쳐흐르는 것이 두려워서 잠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키라]
꿈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결계를 치고 주무신다고 했는데,
역시 걱정되는 거겠죠……
[레녹스]
……그렇네요.
남쪽의 마법사 레녹스는 예전에 파우스트의 종자였던 사람이다.
온후하고 견실한 인품으로, 주위의 신뢰도 두텁다.
[레녹스]
이대로라면 몸이 망가질 겁니다……
제 쪽에서도 파우스트 님께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아키라]
네. 부탁드려요.
……동쪽 나라의 선생님 역을 맡은 것도 부담이 됐을까요.
히스가 좋은 선생님이라고 했었고, 파우스트도 천성이 상냥한 사람이니까 무심코 부탁해버렸지만요.
상냥한 사람이라고 말하자, 레녹스는 기쁜 듯 미소 지었다.
[레녹스]
어린 마법사들의 교육에 파우스트 님은 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자로서 뛰어난 분이시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파우스트 님께는 무언가 역할이 있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키라]
역할……
현자의 마법사 역할과 동쪽 마법사의 선생님으로서의 역할 말인가요?
[레녹스]
네.
나는 곧바로 찬성할 수 없었다.
괴로운 경험을 한 사람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으니까.
전에 오즈에게 들은 적이 있다.
역할에 짓눌리지 말라고.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 듯, 레녹스는 온화하게 속삭였다.
[레녹스]
괜찮습니다, 현자님.
저도 그분의 불행은 바라지 않아요.
당분간 맡겨주시겠습니까?
[파우스트]
……으음……
(짧은 꿈을 꿨어……
결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데……
……잠들어있는 동안은 무사할지……)
(매개를 쓰고 있으니 안전할 거라 생각하고 싶지만……)
…………
방 밖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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