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가 다시 의식을 잃고, 이번에는 조용한 잠에 들었다.
상황이 일단락되자, 하나의 그림자가 움직인다.
오즈가 말없이 방을 나가려 하고 있었다.
[스노우]
오즈여.
[화이트]
어디 가는 게냐.
[오즈]
내 일은 끝냈다.
[카인]
기다려.
내년의 <거대한 재앙>과의 싸움에 대해 우리끼리 이야기하지 않겠어?
이런 피해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야.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내년의 <거대한 재앙>의 습격에 대비하고 싶어.
네 힘이 필요해, 오즈.
[오즈]
거절하지.
[카인]
무정한 소리 하지 마……
우리는 같은 중앙의 마법사잖아.
네가 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같은 적에게 두 번 지지 않도록 서로의 힘을 파악하고 작전을 세워야 하지 않겠어?
[오즈]
젊은 마법사들은 무리 짓고 싶어 하지.
무리에 의미는 없어.
살아남는 자가 살아남을 뿐이다.
도태되고 싶지 않다면 혼자 살아남을 힘을 기르도록.
[카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힘을 합쳤다면 잃지 않을 수 있었던 동료들이 몇 명이나 있었을 거야.
[오즈]
환상이다.
[카인]
…………
[오즈]
숙명은 변하지 않아.
카인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들 어딘가 두려워하는 듯, 오즈의 뒷모습을 말없이 배웅한다.
오즈가 사라진 후, 쌍둥이가 중얼거렸다.
[스노우]
이런이런. 잘도 말하는구먼……
자기는 힘으로 숙명을 바꿔놓고선.
[카인]
어?
[화이트]
됐네, 이 쪽 이야기야.
나는 카인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스노우]
나도 그리 생각하네. 역시 중앙국에서 기사단을 통솔했던 이유가 있구먼.
[카인]
별말씀을.
하지만, 오즈를 설득해야 해.
우리를 통솔하는 역엔 그가 가장 잘 어울리잖아.
[브래들리]
……나는 반대야.
[카인]
왜?
[브래들리]
왜냐고? 누가 오즈의 명령을 거역할 수 있어?
그 녀석에게 거스르면 한 순간에 찌부러진 토마토처럼 될 거라고?
[카인]
그러니까 어울리는 거야.
너 같은 죄인이나 미스라와 오웬도 오즈의 말은 따르잖아.
[히스클리프]
미스라…… 오웬……
……그 두 사람, 무서우니까……
[샤일록]
그들을 따르게 할 수 있는 건,
마력의 강도를 본다 해도 오즈 정도겠죠.
[브래들리]
너희는 어떤데.
할배들.
[스노우]
홋홋호.
우리는 일에서 물러난 몸이니까 말이야.
[화이트]
늙은이는 거친 일에서는 은퇴라네.
[브래들리]
편할 때에만 늙은이 행세하고 말이야……
[아키라]
(조금 전 오즈라는 사람에게 다들 힘을 빌리고 싶은 것 같네)
(그렇다 해도……)
나는 천천히 방 안을 둘러보았다.
상황이 정리되자, 잊고 있었던 불안감이 되살아났다.
[아키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이제 촬영 같은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
꿈을 꾸는 것도 아닌데……)
어쩌면, 눈이 떠질지도 모른다며,
나는 힘차게 내 볼을 때렸다.
[아키라]
아야……
[히스클리프]
현자님!?
[브래들리]
왜, 네가 네 얼굴을 때려!?
[아키라]
……역시, 꿈이 아니야……
[스노우]
전 현자도 볼을 꼬집었었지.
[아키라]
전 현자……?
[화이트]
그렇네.
그대가 오기 전에 있던 현자야.
[스노우]
좋은 것을 보여주지.
[화이트]
우리를 따라오게나.
[아키라]
……하지만……
[스노우]
무서워하지 않아도 괜찮네.
자, 그대의 손을 잡아주지.
[화이트]
불안할 터이니 말이야.
[아키라]
아…… 감사합니다……
스노우와 화이트의 손에 이끌려, 나는 방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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