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
현자의 서를 읽다 보니, 어느새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마법사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가족 같은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도 괜찮다.
처음에는 내 모습을 보고 바로 도망치던 길고양이들이 야옹 울며 다가와준 것처럼.
아주 작은, 신뢰를 쌓고 싶다.
만약 그것이 비 오는 날의 거미줄과 같이 가늘고 의지할 수 없는 인연이었다 해도……
손끝에 잡히는 것이 있다면,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남겨져도 걸어 나갈 수 있으니까.
[파우스트]
…………
[피가로]
이런 야심한 밤에 뭐 하고 있어?
[파우스트]
피가로……
[피가로]
혼자 조용히 사라질 생각이야?
[파우스트]
…………
너와는 관계없잖아.
[피가로]
파우스트.
알렉이 죽고 나서 이미 몇 대나 그랑벨 왕조는 이어지고 있어.
[파우스트]
그래서?
[피가로]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긴 시간 동안,
혼자 있어도 상처를 치료할 수 없다면
너에겐 누군가가 필요한 거야.
[파우스트]
…………
……나에겐 필요 없어.
[피가로]
완고하네.
옛날부터 착실하고 완고했지.
내가 아는 넌 청순하고 고결한 영웅이었어.
너의 그림자에 키스한 사람들을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의 넌 주술사라며?
[파우스트]
시끄러워. 저 쪽으로 가.
[피가로]
끝까지 들어.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내가 너의 전매특허를 빼앗아줄게.
[파우스트]
무슨 뜻이지?
[피가로]
널 저주하는 거야, 파우스트.
너는 기묘한 상처의 정체를 몰라.
너뿐이 아니야. 히스클리프도야.
너는 그 아이를 내버려 둘 수 없어.
하지만, 네가 없어진다면, 여기엔 무책임한 녀석들뿐이야.
책임감이 있는 녀석들은 마력이 약해.
카인도 레녹스도, 나나 오즈나 미스라 일행에겐 당해낼 수 없지.
네가 있어야 해.
그 아이도 승부욕이 강한 시노도, 집단행동이 서툰 네로도 너덜너덜해질 거야.
[파우스트]
……내가 없어도 스노우나 화이트가 있으면……
[피가로]
스노우 님과 화이트 님은 적당한 상징 같은 거야!
그야, 나와 오즈의 스승 뻘 되는 분들이라고?
[파우스트]
…………
[피가로]
하지만,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불행한 소년들은 잊어버리고, 혼자서 즐겁게 틀어박혀있으면 돼.
이게 내가 너에게 건 저주야.
너도 알다시피, 말은 저주가 되기도 해.
그럼, 건강해.
[파우스트]
……이 비겁한 자식……!
[피가로]
하나 더.
나는 아마, 가까운 시일 내에 죽어.
[파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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