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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 1부/제18장 혼자서 걸어갈 수 있어

제 3화 루틸의 기분

by camirin 2021. 3. 1.

고개를 떨구고 있는 루틸을 걱정하며 레녹스가 말을 걸었다.

루틸은 작게 끄덕이고는 발밑에 펼쳐지는 거리를 천천히 가리켰다.

 

[루틸]

……중앙의 거리는, 사람이 참 많구나 해서요……

 

[브래들리]

뭐? 무슨 소리야.

남쪽 마법사는 느긋하구만.

 

루틸은 곤란한 듯 살짝 웃었다.

 

 

[루틸]

남쪽 나라에는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산이나, 숲이나, 황야뿐이어서……

해가 지면 아주 깜깜해졌죠.

그러니까, 긴 길을 걷다가 드디어 사람의 모습이 보일 때에는 모르는 사람이라도 기뻐져요.

인간이라도 마법사라도 기뻐요.

날씨가 좋네요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곤란에 빠졌다면 도와드려요.

 

루틸의 말이 상냥하게 노을 바람에 흘러갔다.

모두 조용히 듣고 있었다.

누군가는 불만스럽게, 누군가는 신기한 얼굴로.

마법사들이 저녁 하늘을 날아간다.

 

[루틸]

중앙의 거리는 사람이 잔뜩 있어서……

좁은 길을 큰 짐을 지고 부딪힐 것처럼 걸어가요.

모두가 같은 속도라면 편할 테고,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쭉쭉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겠지만……

목적지도 걷는 속도도 덩치도 다들 제각각이니까 부딪히고 방해하며 나아가요.

마치, 지금의 저희 같구나 했어요.

 

[네로]

…………

 

[루틸]

여러 가지 사고방식이 있고, 다른 사람이 있어서 각자의 방향을 바라봐요.

모두가 자신의 목적지가 있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많은 길이 있고, 거기서 만난 무서운 것이나 싫은 것이 있어요.

남에게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스치는 사람을 노려본다고 길이 넓어지는 건 아니고……

갑갑함을 참는 것에 익숙해지고, 어깨를 움츠리고, 아래를 바라보기만 한다 해도 길이 넓어지는 게 아니에요.

다 같이 웃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도록 저 길을 넓혀서……

저희의 마음속의 길을 넓혀간다면, 저희는 함께 지낼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정도, 긍정도.

그저 활기찬 거리와 석양의 하늘 사이를 바람을 맞으며 날아간다.

우리를 쫓는 듯 지상을 달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크게 손을 흔든다.

무르가 웃으며 손바닥을 겹쳤다.

그의 반지가 작은 빛을 머금자 손끝에서 꽃잎이 넘쳐흘렀다.

떠들썩하게 웃음소리를 내며 아이들이 꽃잎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예의 바르게 무르가 중얼거렸다.

 

[무르]

천만에.

 

그에게는 들렸을까.

고마워, 마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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