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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에피소드/레이타 산맥

레이타 산맥 5화

by camirin 2021. 3. 26.

그것은 훌륭한 숫양이었다.

어깨까지 닿는 커다란 뿔을 기르고, 듬직한 사지(四肢)로 정상에 서있다.

레녹스가 키우는 사랑스러운 양들과는 다르게, 조용한 시선에는 위엄마저 느껴졌다.

양이라는 생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온화하고, 얌전하고, 순종적인 것뿐만이 아니다.

 

[아키라]

금색의 양……

 

[레녹스]

마물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기묘한 마법에 걸린 것인지……

잡아오겠습니다.

 

[아키라]

네!?

 

레녹스는 발을 딛고서 언덕을 슥슥 올랐다.

금색 숫양도 그를 알아채고 도전자를 내려다보는 왕자(王者)의 관록으로 앞발로 땅을 찬다.

도도도 하는 소리를 내며 금색 숫양은 풀을 휘날리며 뛰어내려왔다.

머리를 숙이고 멋진 뿔로 위협하고 있었다.

 

[아키라]

위험해, 레녹스……!

 

[레녹스]

…………윽.

 

레녹스는 발을 딛고 허리를 숙였다.

양팔을 벌려 숫양의 뿔을 잡았다.

땀이 날리고 먼지를 일으키며 마법사와 금색 양은 힘겨루기를 했다.

밀면 당기고, 빙글빙글 등 뒤로 돌아 들어갔다.

조마조마하면서도 나는 얼떨결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금색의 빛 속에서 서로 부딪히는 사람의 신체가, 숫양의 육체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이었을 줄이야.

그러다가 나는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아키라]

레녹스, 마법을 쓰세요!

 

[레녹스]

…………!

《포세타오 메유바》

 

생각난 듯, 레녹스는 마법 주문을 읊었다.

그의 손바닥에 나타난 은색 열쇠에서 흘러넘치는 빛을 맞으며, 금색 숫양은 잠에 빠졌다.

레녹스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어깨를 웅크렸다.

 

[레녹스]

이러면 안 되는데.

무심코 마법을 쓰는 걸 잊어버려.

 

상투적인 말에 웃으며, 나는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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