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문트의 법칙

[네로]

그런 이름 어제 나왔던가……?

남자? 여자?

 

[파우스트]

문트는 여성이다.

하지만 법칙의 내용에 성별은 관계없어.

너도 알 텐데.

 

[네로]

나, 그거 쓰고 있어?

 

[파우스트]

항상 쓰고 있어.

쓴다고 할지, 법칙이니까 원리다.

 

[네로]

어…….

 

[파우스트]

알았다. 네로, 고마워.

시노, 답할 수 있나?

 

[시노]

문트의 법칙?

나도 쓰고 있는 법칙인가?

 

[파우스트]

쓰고 있어. 마력의 기초다.

동쪽 마법사의 기질에도 크게 관여되어 있어.

 

[시노]

이미 쓸 수 있다면 그것에 붙은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지?

 

[파우스트]

알았다.

고맙다, 아기 고양이.

 

[시노]

아기 고양이?

 

[파우스트]

오늘부터 네 이름이다.

붙은 이름엔 의미는 없잖나.

다음, 히스클리프…….

 

[시노]

기다려! 아기 고양이라고!?

좀 더 내 실력에 어울릴 만한…….

 

[파우스트]

쉿ー. 조용, 아기고양이.

 

[시노]

네로! 저 선생이 모욕하는데!

 

[네로]

네가 먼저 모욕했잖아.

선생이 가르쳐준 것 정도는 제대로 기억해 줘.

 

[시노]

네가 할 말이야?

 

[네로]

그건 그렇지만…….

 

[파우스트]

거기 둘, 조용히 해.

히스클리프, 대답할 수 있나?

 

시노를 나무라려던 히스클리프는 파우스트에게 불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히스클리프]

네.

문트의 법칙은 마법 심리작용의 법칙 중 하나입니다.

집중하면 할수록 마법 작용은 강해지는 대신, 다른 감각을 잃고 시야가 좁아집니다.

 

[파우스트]

그 말대로다.

 

감각을 잃는다…….

히스클리프의 대답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마법의 구조를 모르는 채로 언제나 부담을 안겨줬던 게 아닐까.

 

[아키라]

저기, 파우스트…….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파우스트]

뭐지?

 

[아키라]

마법에 집중하면 어떤 신경에 손상을 입히게 된다는 건가요……?

 

[파우스트]

아니.

지각(知覚)할 수 없게 되는 것뿐이야.

 

[아키라]

지각할 수 없게……

 

[파우스트]

그래. 인간에게도 똑같은 게 있어.

어떤 일에 집중하고서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무언가 못 보고 지나친 경험은?

 

[아키라]

아아, 있어요.

이름을 불려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파우스트]

그것과 같은 것이다.

마법은 마음으로 사용해.

마음이 집중할 때만큼, 강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지각 능력은 둔감해지지.

너희도 경험한 적이 있겠지.

특히 시노는.

 

[시노]

강한 마물을 쓰러트릴 때 주문을 외우면 무음이 될 때가 있어.

금방 돌아오지만…….

 

[파우스트]

그래…….

그 정도까지 집중할 수 있다는 건 마법 기술이 숙달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해.

기쁜 일이긴 하지만, 너에겐 더 서둘러서 이것저것 가르쳐야겠군…….

 

파우스트는 미소조차 짓지 못하고, 심각한 얼굴로 팔짱을 꼈다.

씁쓸한 표정으로 시노는 고개를 저었다.

 

[시노]

이 이상 숙제를 늘리는 건 그만둬.

왜 특히 나는 이라고 한 거야?

 

[파우스트]

비교적, 동쪽 마법사답지 않기 때문이다.

 

[시노]

동쪽 마법사다움?

 

[파우스트]

나도 오랜 기간 폭풍의 계곡에 틀어박혀있었으니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동쪽 마법사답다는 건  즉 신중함이다.

우린 위험에도 안락함에도 신중하지.

즉, 문트의 법칙에서 언급될 만한 일극집중의 마법은 동쪽 마법사에겐 어울리지 않아.

신중하고 경계심이 강한 자는 주변의 기척에 과도하게 예민하고, 집중을 잘하지 못해.

안심할 수 있는 환경 밖에서 몰입하는 걸 싫어하지.

 

[시노]

그럼 동쪽 마법사는 강해질 수 없다는 건가?

집중하는 편이 강한 마법을 쓸 수 있는 거잖아?

 

[파우스트]

무조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

일극집중을 잘하지 못하는 대신 동쪽 마법사들은 평행마법이 특기다.

 

[아키라]

평행마법……?

 

턱을 괸 채 네로가 웃었다.

 

[네로]

요리 같은 거야.

여러 마법을 한 번에 걸고 동시에 진행시키는 거지.

재료를 썰면서 냄비에 물을 올리고, 그릴에 굽고, 그릇을 씻고…….

 

멀티 태스킹이다.

그렇게 듣고 보니 동쪽 마법사는 멀티 태스킹이 특기인 것 같았다.

 

[파우스트]

평행마법은 복수(複数) 마법이라고도 불리고 있어.

복수 마법에는 집중과 부감(俯瞰)이 동시에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