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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스토리 20/용감한 개척자의 발라드

용감한 개척자의 발라드 1화

by camirin 2021. 4. 12.

[소녀] 
브룩 씨, 한 번 지상으로 돌아갈까요? 
다들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남자] 
여기까지 왔는데 이제와서 돌아가자고? 
스테이시, 겁쟁이인 너다운 발언이지만 그건 안 돼! 

[소녀] 
하지만 이 계단, 영원히 이어져있을 것만 같아요. 
그리고 그 할머니가 하셨던 말도 신경 쓰이고…… 

[남자] 
포왕카레에는 가까이 가지 말아라…… 말이냐? 
이상한 할머니였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에 최하층까지 도착한 모양인데! 
어디 보자, 이 앞은…… 
뭐 ,뭐야 여긴……!?


[미틸] 
아, 알았어요! 나비군요? 

[레녹스] 
남쪽 나라의 새 아니야? 

[피가로] 
아니, 이 그림은 박쥐지. 

[루틸] 
땡━! 셋 다 틀렸어요! 
이건 개구리를 그린 거예요. 

[피가로·미틸·레녹스] 
개구리? 

[루틸] 
아침에 중정에서 뛰어다니던걸 그려봤어요. 귀엽죠? 

[아키라] 
나, 날개가 달린 개구리였나요? 

[루틸] 
이건 다리예요━! 
멋져서 커다랗게 그려봤어요. 

[아키라] 
(루틸의 그림은 여전히 독창적이네. 
예술이란 심오해……) 

서서히 시간이 흐르는 평온한 한때. 
나는 담화실에 모여있던 남쪽 나라의 마법사들과 실없는 수다를 즐기고 있었다. 
그때, 분주한 발소리가 방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되돌아온다. 

[콕 로빈] 
아, 현자님! 이쪽에 계셨군요. 
마침 잘됐어요. 남쪽 나라의 마법사 여러분도 모여계시네요. 

[아키라] 
콕 로빈 씨. 
무슨 일 있었나요? 

[콕 로빈] 
현자님과 남쪽 마법사님 앞으로 조사의뢰가 왔어요. 

[미틸] 
저희에게요? 

[루틸] 
남쪽 나라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콕 로빈] 
앗, 아뇨! 
큰 이변이나 사고가 있다는 얘긴 아닌 것 같아요. 

고향을 걱정한 형제는 안심한 듯 표정을 풀었다. 

[콕 로빈] 
무슨 일이 있었다기보다는, 이번 경우는 뭔가 발견됐다 라고 해야 할까요. 

[아키라] 
발견됐다고요? 

[콕 로빈] 
네. 남쪽 나라 변경에서 지하 궁전이 발견됐다는 것 같아요. 

[전원] 
지하 궁전……!? 

생각지도 못한 보고에 모두가 한결같이 입이 벌어졌다. 

[미틸] 
지하 궁전……? 
그건 어떤 건가요? 

[레녹스] 
지하에 만들어진 성을 말해. 
하지만, 남쪽 나라에 그런 게 잠들어있다니 놀랍군. 

[루틸] 
피가로 선생님은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피가로] 
아니, 나도 처음 들었어. 

[아키라] 
피가로도 몰랐군요. 

[피가로] 
에이, 현자님. 
나같은 애송이는 모르는 것 투성이야. 

[레녹스·아키라] 
…… 

[피가로] 
뭐 ,농담은 제쳐두고. 
오즈나 스노우 님들조차 존재를 모르는 유적이 잠들어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마법사는 수명이 길지만, 땅과 세상은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갖고 있으니까. 
과거, 수백 년……수천 년 전,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도의 문명을 쌓은 민족이 있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 

책상의 흠집을 세는 것처럼, 피가로의 눈동자는 잔잔했다. 
고참 마법사가 하는 말에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아키라] 
그렇다는 건,  이번 임무는 그 지하 궁전의 조사일까요? 

[피가로]

그런데, 마법사에 의뢰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유적 조사라면 고고학자라던가 그런 전문가를 파견하는 게 좋지 않아?

 

[콕 로빈]

아뇨, 그게……

의뢰인은 유적으로서의 지하 궁전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지하 궁전의 존재로 인해 주위 땅에 위험이 따르는 걸 불안해하는 것 같아서……

 

우리는 무의식 중에 고개를 끄덕였다.

 

[루틸]

……그게 무슨 말이죠?

 

[콕 로빈]

의뢰인은 개척을 사업으로 삼고 있는 분이에요.

지하 궁전을 발견한 것도 어쩌다 가까운 땅을 마을로서 개척하려 하다가 찾았다나 봐요.

애초에 의뢰인이 지하 궁전에 불길한 것을 느낀 원인은 그걸 발견하기 전에 들은 의미심장한 말 때문이라고 해요.

겨우 수원(水源)이 있는 땅을 찾아 그곳에 마을을 세우려 얘기하던 중에 그들의 앞에 수수께끼의 노파가 나타나서……

 

[피가로]

수수께끼의 노파?

 

[콕 로빈]

네.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절대 포왕카레에 가까이 가서는 안 돼.

불길한 사신(邪神[각주:1])의 잠을 방해하지 말도록'.


[레녹스]

포왕카레에는 가까이 가지 마…… 라.

 

[루틸]

무엇을 의미하는 말일까요.

즐거운 분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아키라]

사신이 어쩌니 했던 것도 신경 쓰이네요……

 

콕 로빈 씨가 돌아간 후, 우리는 그가 두고 간 서류를 둘러싸고 생각해보았다.

노파가 남긴 불길하다고도 느껴지는 말에 아무도 짐작 가는 게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

 

[미틸]

……

 

불온한 분위기에 겁을 먹은 건지, 미틸의 뺨에는 긴장이 떠올랐다.

 

[피가로]

노파의 기분 나쁜 경고에 심상치 않은 지하 궁전의 발견……

 

그러자, 피가로의 긴 손가락이 서류 표면을 덧그렸다.

 

[피가로]

씩씩한 개척민들이라도 역시 불안을 느끼겠지.

 

의뢰인의 이름은 브룩 씨.

남쪽 나라에서 개척 사업을 하는 단체의 리더를 맡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들이 신천지로서 찾은 것은 흔히 말하는 붙은 땅일지도 모른다.

과연 여기에 마을을 세워도 문제가 없을지 조사해달라는 의뢰였다.

  1. 재앙을 내리는 요사스러운 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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