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이런, 이런. 화이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구먼.
눈사람의 다른 한쪽을 찾아야 쓰겠어……
[아키라]
스노우.
화이트가 죽은 이유라는 건……
[스노우]
전에 말했던 대로라네.
내가 화이트에게 죽을 뻔해서 말이지.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사이에 죽여버리고 만 게야.
화이트를 화나게 한 것도, 내가 고독을 알고 싶다는 말 따위를 해버린 탓이지.
고독을 겪어보려 하다가, 진짜 고독을 알게 되었어.
화이트로부터 떨어지려 했으면서 막상 화이트가 죽자 필사적으로 화이트의 영혼을 묶어뒀지.
쓸 데 없는 짓을 해 버렸어.
있어야 하는 것은, 꼭 있어야 하는 채로 좋은 것.
짝을 지어 태어난 것은 한평생 짝을 지은 채로 있는 게 좋은 게야.
[아키라]
스노우……
[스노우]
우리는 쌍둥이지.
우리는 아주 많이 닮아 있어.
지금쯤 화이트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테지.
스노우를 놔 두면 됐었다고.
스노우를 놔 두지 않았던 탓에, 우리는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다고 말이지.
[아키라]
화이트는……
지금도 스노우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스노우]
고맙구나, 현자여.
나를 위로해 주려고 하는 게지?
그대는 상냥한 아이야.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네.
행복도, 불행도, 같은 토양에서 자라는 풀이야.
함께라서 느끼는 행복이 있다면,
함께라서 느끼는 불행도 있지.
우리는 둘 다 똑같이 사랑하고 있어.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오오! 찾았어!
그라키에스의 눈의 마신이야!
[아키라]
정말이다! 가봐요!
[화이트]
……내가 붙잡지 않았다면, 스노우가 나를 죽이는 일도 없었을 테지.
내 집착이, 나를 죽인 게야.
[미스라]
아, 그렇군요.
[화이트]
스노우도 고독을 엿본 후, 금방 돌아왔을지도 모르지.
기꺼이 보내주지 못하고, 발끈한 내 잘못이었던 게야.
[미스라]
아, 그렇군요.
[화이트]
그런데도, 또 집착해 버렸구먼……
눈사람의 다른 한쪽도 혼자만의 세계를 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집착은 할 게 못 돼.
사람도, 마법사도, 혼자인 게야.
……그걸로도 충분한 것인데……
[미스라]
아, 그렇군요.
[화이트]
미스라 쨩, 제대로 듣고 있어?!
[미스라]
어려운 얘기라서……
그리고, 배가 고프구나, 싶어서……
[화이트]
하여간, 쾌락밖에는 추구하지 않는 남자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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