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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스토리 21/로렐라이의 눈물은 호수에 녹아

로렐라이의 눈물은 호수에 녹아 1화

by camirin 2021. 6. 4.

[브래들리]

이쪽이 먼저 숨통을 끊었어.

어떻게 봐도 내가 이겼잖아.

 

[미스라]

제가 이겼는데요.

제 사냥감이 더 컸거든요.

 

[브래들리]

뭐?

그때 사냥은 누가 빨리 마법 생물을 잡느냐 하는 승부였잖아.

 

[미스라]

그랬나요? 옛날 얘기라 잘 기억이 안 나네요.

그래도 제가 더 강하기도 하고 제가 이긴 걸로 해도 되지 않나요.

 

[브래들리]

웃기지 마. 되겠냐?

 

[아키라]

클로에.

저기 브래들리와 미스라가……

 

[클로에]

으, 응.

뭔가 열심히 얘기 중이네……

지금 말 걸면 방해되지 않을까?

 

[아키라]

하나 둘 하면 가요.

저도 따라가 줄 테니까.

 

담화실에는 미스라와 브래들리 둘 뿐.

둘 다 소파에 긴 다리를 꼬고 앉아 무언가 언쟁을 하고 있다.

대화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지만, 양쪽 다 위험한 표정이기에 온화한 분위기라고는 하기 어렵다.

그런 모습을 입구에서 살펴보던 중, 브래들리가 갑자기 이쪽을 바라보았다.

 

[브래들리]

어이, 뭘 소곤거리고 있어.

 

[클로에]

앗……!

 

[아키라]

아, 안녕하세요.

미스라, 브래들리.

둘이서 얘기 중인가요?

 

[미스라]

네에, 다과회니까요.

 

자세히 보니 양쪽 다 홍차가 든 찻잔을 들고 있었다.

 

[미스라]

왠지 그런 기분이어서 제가 브래들리와 오웬에게 하자고 했어요.

 

[클로에]

어? 그런데 오웬은 안 보이는데……

 

[미스라]

말하자마자 볼일이 있다면서 사라졌어요.

셋이서 다과회를 할 생각이었는데 뭐 이 사람만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브래들리]

쳇, 그 자식.

잘도 빠져나갔겠다……

 

[아키라]

(브래들리는 도망 못 갔구나……)

 

[브래들리]

그래서? 너넨 무슨 일이야.

뚫어져라 쳐다봤잖아.

용건이 있으면 빨리 말해.

 

[클로에]

그러니까……

 

[아키라]

클로에, 화이팅……!

 

[클로에]

으, 응!

 

클로에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결심을 굳힌 듯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클로에]

……두, 두 사람 신체 사이즈를 재게 해 줘!

 

[브래들리]

……어?

 

[미스라]

사이즈?

 

[클로에]

응. 딱 맞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정기적으로 모두의 사이즈를 재고 있어.

미스라랑 브래들리는 키에 변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체형은 근육이 붙거나 마법으로 입은 상처의 회복 정도에 따라서라던가 미묘하게 변할 수가 있어서……

그러니까 두 사람도 치수를 재고 싶은데, 괜찮을까……?

 

[브래들리·미스라]

…………

 

말 없는 시선이 클로에를 향했다.

두 사람의 침묵은 묘하게 박력이 있고 긴장감이 돌았다.

 

[브래들리]

뭐야, 그런 거냐고.

 

[미스라]

딱히 상관없어요.

 

브래들리는 씩 웃고 미스라도 시원스럽게 끄덕였다.

 

[클로에]

……괜찮아?

 

[브래들리]

치수 재는 정도는 어울려주지.

네가 만드는 옷한테는 항상 신세 지고 있으니까.

 

[미스라]

잴 거면 빨리 해주세요.

벗는 게 좋을까요?

 

[클로에]

앗, 입은 채로도 괜찮아!

금방 잴게!


[클로에]

하아, 용기 내길 잘했어~!

둘 다 고마워!

 

[브래들리]

잘 살려서 만들어.

이몸의 매력을 끌어올릴 옷이 아니면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알았냐,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해.

싼 티 나는 건 안 돼.

 

[미스라]

전 오즈보다 멋진 옷으로 해주세요.

입는 게 귀찮지 않은 게 좋아요.

그리고 제일 눈에 띄고 강해 보이는 걸로.

 

[아키라]

(의, 의외로 주문이 자세하네)

 

[클로에]

고급스러운 느낌…… 강해보이는 느낌……

응, 확실하게 메모했어.

힘내서 두 사람이 마음에 들어할 만한 옷을 만들게!

 

두 사람의 주문은 오히려 클로에를 기쁘게 한 것 같다.

의욕이 샘솟는 듯 생기 넘치게 눈을 빛내고 있다.

 

[아키라]

(정말로 옷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구나……

두 사람이 흔쾌히 응해줘서 다행이야)

 

[클로에]

현자님, 같이 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디자인 이미지가 샘솟고 있어!

 

[아키라]

그거 잘됐네요.

그럼 저희는 이제 쉬러 갈까요.

 

[브래들리]

기다려, 모처럼 왔잖아.

차 정도는 마시고 가.

 

당겨지듯 소파에 앉혀져서 무심코 브래들리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키라]

저희가 껴도 되나요?

오늘은 북쪽 마법사의 다과회인 게……

 

얼굴을 찌푸린 브래들리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브래들리]

됐으니까 앉아.

너네가 있으면 미스라도 쓸데없는 짓은 안 하겠지.

저 녀석 갑자기 변덕 부려서 죽이고 싶어졌다던가 하는 말을 평온하게 하니까.

 

[아키라]

그, 그렇군요.

 

[클로에]

그럼 사양 않고 합석해볼까.

 

[미스라]

드세요. 과자도 있어요.

 

[아키라]

……이 과자, 왠지 숯이랑 닮지 않았어요?

 

[미스라]

숯이에요.

왠지 브래들리는 손을 대질 않네요.

 

아무도 접시에 손을 뻗지 않던 와중,

숯을 하나 입에 넣은 미스라는 격하게 씹는 소리를 내며 삼켰다.

 

[브래들리]

그보다 미스라.

아까 그 얘기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라.

 

[아키라]

그러고 보니 둘이서 열심히 얘기 중이었죠.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

 

[미스라]

뭐였죠.

 

[브래들리]

진짜 네놈은 금방 잊어버리네.

옛날 얘기야. 현자랑 다른 애들이 태어나기 전인가 그림자도 형태도 없었을 적의 얘기다.

 

[미스라]

아아, 그랬죠.

큰 사냥감을 쓰러트린 저의 압승이라는 얘기였죠.

 

[브래들리]

이때다 하고 판결 내지 말라고.

애초에 이쪽은 부하 녀석들도 사냥에 참가했었어.

속도와 숫자, 다 합해서 내 승리라고.

 

[미스라]

예?

부하가 쓰러트린 숫자는 상관없죠.

 

[브래들리]

상관있어.

내 일부 같은 거니까 말이야.

 

[아키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이 나지 않을 이야기라는 건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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