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라]
피가로, 어디까지 가는 건가요……?
늪을 따라 걸어온 지 꽤 됐는데……
[피가로]
저 증상은 아마 병이 아니야.
독이다.
[아키라]
독……?
[피가로]
그래. 여긴 병이 돌기 쉽지만,
질병의 늪이라 불리게 된 계기도 병이 아니라 독이었던 거야.
[아키라]
누군가 독을 마을 사람들에게 먹였다는 건가요……?
[피가로]
독을 다루는 건 인간과 마법사에 한정되지 않아.
동물도 같아. 벌레, 뱀, 물고기, 화초……
그리고, 새.
먼 옛날, 이 늪에 젠이라는 전설의 독조(毒鳥)의 둥지가 있었어.
그들의 독은 굉장히 강해서 말이야.
그 날개를 물에 담가놓는 것만으로, 한 방울로 사람을 즉사시킬 독을 만들 수 있었어.
남쪽 나라에 온 마법사도, 개척하러 온 인간들도, 젠의 독으로 픽픽 죽어갔어.
[아키라]
하지만, 레녹스의 이야기에서는, 병은 가라앉았었죠.
젠이라는 새들은 어디로 간 건가요?
[피가로]
내가 전멸시켰어.
사람과 마법사가 살게 하기 위해서.
[아키라]
……전멸……
[피가로]
샤일록이 들으면 질색할 테니까 비밀이야.
그는 마법사와 사람의 오만함을 싫어하니까.
나는 어떻냐고 하면, 이게 오만함인가를 몰라.
그저, 독조보다 인간들 쪽이 귀여웠을 뿐이야.
있지, 현자님. 잘못됐다고 생각해?
이 지상 낙원은 인간이 살 수 없는 장소로 내버려 두는 게 나아?
[아키라]
……모르겠어요……
하지만, 환자들은 살리고 싶어요……
젠은 왜 다시 나타난 거죠?
[피가로]
글쎄. 섬멸했을 텐데 살아남은 게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그게 아니면 <거대한 재액>의 영향으로 되살아났거나.
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어.
말을 할 수 있는 개체도 있어.
마법 생물이니까 잡으면 마나석도 얻을 수 있고.
성조라면 마을 사람들은 즉사했을 거야.
아직 어리고 귀여운 새겠지.
그런 생물, 루틸 일행이라면 죽일 수 없어.
그러니까, 내가 혼자 할 거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