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로]
……좋아, 완성!
[파우스트]
피가로.
[피가로]
안녕, 파우스트.
네가 먼저 말을 걸어주다니 별일이네.
나한테 용건이라도 있어?
[파우스트]
용건이라고 할 정도는 아닌데……
답안지를 만들고 있는 것 같길래 조금 신경 쓰였어.
혹시 방해했나?
[피가로]
전혀.
지금 막 끝난 참이니까 딱 좋았어.
이건 미틸한테 부탁받은 거라서.
[파우스트]
미틸에게?
필기시험을 내 달라고?
[피가로]
맞아.
동쪽 마법사들은 이런 시험을 자주 보잖아.
히스클리프한테 얘기를 들은 것 같아.
저도 해보고 싶어요, 라고 하더라고.
[파우스트]
그렇군……
미틸은 부지런하고 좋은 학생이네.
[피가로]
그렇지.
하지만 네 학생도 우리 애들에게 지지 않을 좋은 애들이잖아.
[파우스트]
훗, 확실히 나한텐 아까울 만큼 좋은 학생들일지도 모르겠네.
그보다, 괜찮으면 그 답안지 좀 보여주겠어?
수업에 참고하게 해 줘.
[피가로]
물론이지.
자, 봐.
[파우스트]
…………
[피가로]
아하하.
그렇게 빤히 보면 조금 부끄러운걸.
[파우스트]
…………
[피가로]
어, 어라?
그 반응……
설마 어디 이상한 문제라도 있었어?
[파우스트]
있었지.
[피가로]
있었어!?
[파우스트]
아니, 이상한 문제가 있단 말은 어폐가 있었어.
내가 잘 만들지 않는 종류의 문제가 일부 있어서……
예를 들면…… 이거.
'만약 오늘을 특별한 날로 만든다면, 어떤 기념일로 할지 답하시오'
[피가로]
아아, 그거 말이구나.
그런 장난기 있는 문제도 좋지?
오늘은 우리에게 있어서 임무도 없고, 수업도 없고, 특별히 볼일이 없는 아무것도 아닌 날이야.
그런 평범한 특별하지 않은 날을 내 마음대로 특별하게 꾸미고 즐기는 게, 특히나 루틸은 특기거든.
이건 그 애랑 얘기하던 중에 생각났어.
독창성을 키우면서 매일을 풍부하게 하고, 웃음을 늘게 하는 멋진 문제지.
[파우스트]
남쪽 나라의 마법사답네.
하지만,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잖아.
정답이 없는 문제의 답안에 대체 어떻게 점수를 매길 거지?
[피가로]
그런 건 간단하지.
내 마음에 들면 다들 참 잘했어요 꽃을 그려줄 거야.
[파우스트]
자유롭네……
[피가로]
자유로운 게 좋잖아.
그럼 어디, 너라면 이 문제에 뭐라고 답할 거야?
오늘이라는 날에 어떤 이름을 붙일래?
[파우스트]
그건……
…………
[피가로]
……엄청 진지하게 생각하네.
여전히 성실하구나.
그러고 보니 곧 '울보 토끼와 춤추는 모자의 만남을 축하하는 날'인가.
루틸이랑 미틸은 꽃을 준비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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