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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 1부/제14장 무너진 탑과 새 그림자

제 9화 목걸이가 쏘아내는 원념

by camirin 2021. 3. 1.

[네로]

현자님, 괜찮아?

 

[아키라]

네로! 미안해요!

감사합니다!

 

[네로]

별말씀을.

너한테 무슨 일이 있으면 대단하신 분께 혼나니까.

저런 것보단 그쪽이 무서울 뿐이야.

 

나는 가지 위에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목걸이의 빛은, 이제는 일곱 색으로 물결치며 거대한 눈동자처럼 부풀어올랐다.

묘지 전체를 뭉개버릴 만큼 꺼림칙하고 큰 빛이다.

용서 없이 날뛰는 바람과 빛을 맞으며 시노가 주문을 외웠다.

 

[시노]

《맛차 스디퍼스》

 

그 순간, 그의 손에 그의 키에 어울리지 않는 큰 낫이 나타났다.

불온하고 흉악한, 하지만 순수한 은색의 칼날의 빛은 시노 그 자체였다.

 

[히스클리프]

시노……!

 

[시노]

맡겨 둬. 내가 해치우지.

 

말하자마자, 시노는 불길한 빛으로 날아들었다.

사신과 같이, 가볍게 큰 낫을 휘둘러, 눈 깜짝할 새 빛을 갈라나갔다.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며 불길한 빛은 차츰 약해져 갔다.

마지막에 남은 보석을 부수기 위해 시노가 기세 좋게 큰 낫을 치켜들었다.

 

[시노]

이것으로 끝이다.

좀 더 얌전한 목줄이라면 사모님께 선물로 드렸을 텐데.

안타깝지만, 넌 예의가 없어.

 

[아키라]

…………윽.

 

시노의 큰 낫이 밤바람을 가르고 목걸이의 보석을 베었다.

보석은 부서져 흩어지고 무수한 빛을 쏘며 소멸했다.

달빛을 받으며 큰 낫을 짊어진 시노의 모습만이 남는다.

 

[네로]

대단하네, 너.

 

네로가 감탄하자, 시노는 자랑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렸다.

 

[시노]

뭐 그렇지.

 

[히스클리프]

여전히 무리한 일을 하네 시노는……

 

[시노]

불만을 말하기 전에 칭찬을 해.

가신에게 있어서는 주군에게 칭찬받는 것이 기쁨이자 양식이야.

 

[히스클리프]

그런 말은 어디서 배워온 거야?

 

[시노]

비밀.

파우스트, 너도야. 선생이잖아.

 

[파우스트]

잘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허술해.

 

[시노]

마무리가 허술하다고?

 

파우스트가 시노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직후, 시노의 뒤에서 그의 목덜미를 노리며 날아온 파편이 공중에서 멈췄다.

 

[시노]

…………!

 

놀란 시노가 돌아보는 것은, 파우스트가 손가락으로 소리를 냄과 동시에 일어났다.

딱, 하고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파편이 모래처럼 무너져갔다.

 

[파우스트]

그렇지?

 

[시노]

………… 칫……

 

[히스클리프]

혀 차지 마.

그전에 감사합니다 잖아.

 

[시노]

……고마워

 

[파우스트]

흥……

 

파우스트는 작게 웃은 뒤,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며 바람에 휩쓸려가는 모래를 눈으로 좇았다.

목걸이에 머물렀던 무언가에게 말을 거는 듯 조용히 말을 자아냈다.

 

[파우스트]

……사라지는 게 좋아.

네 원망이 얼마나 깊든, 네 분노가 얼마나 격하든……

나 정도는 아니지 않나.

 

[아키라]

……파우스트……?

 

[파우스트]

…………

……혼잣말이다. 돌아가지.

새 그림자는 찾지 못했지만 수확은 있었다.

현자. 뒤는 맡기지.

 

[아키라]

네. ……네!?

 

[파우스트]

난 히키코모리야.

수수께끼 풀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른 마법사들에게 이어주도록 해.

 

[시노]

왜지. 내일도 알아보자.

 

[히스클리프]

저, 저도 조사해보고 싶어요.

선생님도 도와주시지 않으시겠어요?

 

[파우스트]

뭐? 싫은데.

 

[네로]

뭐, 내일 대단하신 분께 보고하는 걸로 하지.

오늘 밤은 돌아간다.

 

[시노]

……알았다.

 

이렇게, 우리는 묘지를 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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